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중구 다산동 청소년과 주민들이 기업 사회공헌단과 함께 후미진 골목을 화사한 벽화로 꾸미고 있다. 중구청 제공

- 중구, 미래 일군 ‘골목문화 창조사업’

덕지덕지 전봇대 전단지 떼고
널브러진 풍선형 입간판 없애
쾌적·안전한 거리 조성 ‘성과’

2015년 시범사업 첫 시작 때
주민협의체 꾸리게 설득·유도
정기간담회 열며 참여 이끌어

쓰레기 투기·불법 주정차 등
주민 발벗고 나서 해결 ‘활기’

“덕지덕지 붙어있는 전단지와 굴러다니는 쓰레기로 골목의 골칫덩어리였던 전봇대가 매력 덩어리로 재탄생했어요.”(청구동 전봇대 분양 ‘헬로 마이폴’ 우수 사례)

“골목 곳곳에 세워져 있던 풍선형 입간판이 없어져 동네가 한결 말끔해지고 지나다니기 편해졌어요.”(광희동 먹자골목 입간판 자진정비 우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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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두 차례(민선5·6기) 구정을 이끌면서 누구보다 골목 환경 개선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쾌적하고 안전한 골목은 선진도시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골목문화 창조사업’ 추진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중구 어느 골목을 가도 역사적 가치나 ‘스토리’가 없는 골목을 찾기 힘들다고 자부하는 최 구청장은 ‘관광 1번지’ 중구의 경쟁력은 골목에 달려있다고 일찌감치 내다봤다.

하지만 골목 문제는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외진 시골길조차 쓰레기나 흉물을 보기 힘들 정도로 깔끔하고, 유럽에서 국민소득이 낮다는 헝가리나 보스니아도 지방 골목 구석까지 깨끗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도심 대로뿐 아니라 동네 좁은 골목길까지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주·정차, 적치물, 불법 광고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기되는 민원도 제각각이다. 처음에는 구청이 나서서 단속, 행정조치를 했지만 효과도 잠시뿐 지속가능성이 떨어져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 최 구청장은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시민의식 부재에서 발견했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이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관 위주의 정비활동이 아닌 주민이 협의체를 구성해 공감과 협의를 통해 직접 골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발상을 새롭게 내놓았다.

하지만 사업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이웃 주민과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업 취지에 공감을 표하는 주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구청장은 주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했고, 골목협의체와 정기 간담회를 여는 등 소통의 장을 통해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힘썼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으로 주민들은 마음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를 집 앞에 내놓고, 주차도 정해진 장소에 하며, 이웃에 불쾌감을 주는 물건은 밖에 내놓지 않는 등 기초 법질서 확립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합의점을 찾기 시작했다.

‘골목문화 창조사업’은 2015년 하반기 다산동에서 시범 추진되며 첫발을 디딘 이래 2016년 15개 전 동으로 확대됐으며, 102개 구역에 81개 협의체를 통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중구 광희동 먹자골목 곳곳에 세워져 있던 풍선형 입간판 수십 개가 주민과 상인 간 협의를 통해 말끔히 정리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 ‘새로운 골목문화 창조 우수사업 발표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우수 사례 중 하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쇄, 판촉물제작 등 140여 개 점포가 모여 있는 중구 마른내로 일대의 무질서한 골목을 상인이 주체가 돼 정비한 사례도 있다. 이륜차와 지게차로 인해 혼잡한 데다 불법주차, 적치물까지 뒤엉켜 보행자의 통행 불편을 초래했지만 구청과 상인협의체가 협력해 이륜차 전용 주차장을 설치하자 보행여건이 확연히 개선됐다.

10대 청소년들도 골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단지와 쓰레기로 인해 흉물로 변한 청구동 골목 전봇대를 지난해 지역 내 학생들에게 분양해 깔끔하게 가꾸도록 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휘해 웃음 얼굴, 귀여운 캐릭터 옷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옷을 전봇대에 입혀 활기 넘치는 골목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철공소가 밀집해 있어 칙칙했던 중구 을지로 골목도 청년작가와 지역 청소년들이 나서면서 새롭게 변신했다. 귀여운 캐릭터로 철제셔터를 꾸미고 넝쿨식물과 화단을 골목에 설치해 색다른 분위기를 더했다.

10대 청소년부터 80대 어르신들까지 골목 환경 개선에 동참하는 주민이 많아지면서 많은 우수 사례를 낳고 있다. 골목 개선 우수사례는 ‘골목문화 창조 우수사업 발표회’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골목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활용된다. 최 구청장은 골목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의 미래성장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17 대한민국 미래 경영대상’ 행정 지자체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최 구청장은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공동체 발전에 중점을 두고 골목협의체 운영을 내실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