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올 한 해에 나올 책들을 미리 살펴볼까요.

소설 쪽을 보면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으로 201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던 조남주 작가의 페미니즘 장편이 하반기에 나옵니다. 이번엔 어떤 새로운 목소리를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고양이’(열린책들)는 상반기 출간됩니다. 지난해 프랑스 현지에서 나온 작품으로 제목처럼 고양이가 주인공입니다. 인류 문명이 멸망한 근미래, 지식을 뽐내기 좋아하는 주인공 고양이가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과 인류 문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출간 예정이었던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제0호’(열린책들)는 번역 작업이 늦어져 올해 나옵니다. 에코가 암 투병 중이던 2015년 1월 펴낸 마지막 장편소설로 1990년대 중반 밀라노를 배경으로 새로운 신문을 만들고자 모인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최고의 소설로 꼽아 화제가 됐던 ‘운명과 분노’의 작가 로런 그로프의 2012년 작품 ‘아르카디아’(문학동네)도 읽고 싶습니다. 2월 출간입니다. 미국 젊은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꼽혔다니 읽어볼 수밖에요. 1970년대 히피 문화가 득세하던 시절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대안 공동체 아르카디아에서 자란 비트라는 남자의 40여 년 삶을 따라갑니다. 한국 팬층이 단단한 폴 오스터의 신작 ‘4 3 2 1’(열린책들), 오르한 파묵의 ‘빨간 머리 여인’(민음사), 스티븐 킹의 ‘슬리핑 뷰티스’(황금가지)도 나옵니다.

인문 쪽으로 넘어가면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이 8월 전 세계 동시 출간됩니다. ‘사피엔스’가 과거를, ‘호모 데우스’가 미래를 전망했다면 이번 책은 현재를 살핍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왜 위기에 봉착하게 됐는가 등에 대한 하라리의 분석입니다. 400만 부 판매 달성을 눈앞에 둔 답사기 시리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3’(창비)도 독자와 만납니다.

과학책 열기는 올해도 뜨겁습니다. 스티븐 핑커의 ‘생각거리(Stuff of Thought·사이언스북스), 제임스 글릭의 ‘시간여행의 역사’(동아시아) 등이 줄 이어 나옵니다. 최근의 전문 잡지 붐도 이어져 우리 모두 철학자가 돼야 한다는 모토로 일상의 인문, 철학을 모색하는 호주 인문잡지 ‘뉴 필로소퍼’ 한국판(바다)은 1월에 첫 호를 냅니다.

하지만 이들은 빅 타이틀 중심으로 출간 계획을 조금 둘러본 것에 불과합니다. 어떤 책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떤 책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우리를 새로운 세계 앞에 데려다 놓을지 누구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책이 아주 많이 나오기를, 그래서 책과 함께 우리도 한 걸음 더 내딛길,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