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정책 法근거 미약” 논리… 文정부에 적용해도 걸려

통일부 혁신위 “개성공단 폐쇄
법률 근거하지 않아 절차 부당”

전문가 “통일부측 논리 따르면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지시뒤
비밀 추진하면 절차 위반 해당”

원전·적폐청산TF도 법적 논란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없었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도 청와대의 일방 결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임시 배치,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가동, 한·중 관계 정상화 협의, 부처별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설치 등도 모두 법률상 절차적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9일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논리대로라면 남북정상회담을 대통령이 지시해 비밀리에 추진하면 법 절차 위반이 된다”며 “대통령이 가진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한 이해 없이 표피적인 것만 보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많은 정책적 결정이 법률적 근거가 있는 기구의 논의보다는 대통령 지시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드 임시 배치의 경우 여당에서 헌법 60조에 규정한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항’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어 국회 비준동의를 주장했던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회 비준 동의 없이 임시 배치를 결정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조사를 위한 공사 중단도 에너지법에서 규정하고 에너지위원회 심의 사항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공사 중단은 에너지위 심의 없이 청와대의 뜻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결정했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는데 한·중 관계 정상화도 회의에서 논의되기에 앞서 대통령 의중에 따라 양국 고위 당국자 채널이 가동됐다.

청와대가 사실상 설치 공문을 보낸 부처별 적폐청산 TF도 정부조직법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TF에 소속된 민간인이 기밀문서 등을 열람하는 데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대강에 대한 감사 지시는 법률을 정면으로 위배할 소지가 있었다. 관련 규정상 대통령이 감사원에 감사를 지시하거나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4대강 감사는 대통령 지시 이후 관련 시민단체들의 감사 청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 마련도 ‘청와대 주연, 정부 부처 조연’의 한 사례가 되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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