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박상기(오른쪽 세 번째) 법무부 장관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6444명 ‘신년 사면’ 배경

정치인 1명… 경제인은 없어
뇌물·횡령 등 부패범죄 배제
‘공안사범’ 용산 25명만 포함
강정마을 등 논란 대상 제외

29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첫 번째 사면은 정치인과 경제인이 거의 제외돼 이들에 대한 사면권을 남발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마찬가지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제주 강정마을 반대시위 관련자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 만한 이들 역시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사면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으로 사면의 취지가 퇴색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인·경제인 제외, 文 공약 준수 의지 =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사면복권 대상에 정치인으로 분류할 만한 이는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뿐이었다. BBK 사건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산 정 전 의원의 경우 출소한 지 5년이 지난 데다, 여야 의원 125명이 정 전 의원의 사면복권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사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었다. 정 전 의원의 복권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도 고려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 전 의원을 제외하면 정치인들의 사면복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정치인의 경우 여권에서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권 첫 사면을 잘못했을 경우 의외로 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한 전 총리나 이 전 지사 등을 굳이 사면복권해 정권에 대한 공격의 명분을 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최재원 SK 부회장 등 경제인의 경우도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당시 뇌물, 알선수재, 배임·횡령 등 부패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제주 해군기지·한상균·이석기도 제외 =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 강정마을 주민들을 사면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고,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상권 청구도 포기해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사법 처리된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최종 명단에서는 빠졌다. 강정마을 주민을 포함한 불법시위 가담자들이 대거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단 빗나갔다. 시위나 공안 관련 사건 중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은 용산 사건 관련 철거민 25명뿐이었다. 거론됐던 공안 사건 중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가장 높은 사건만 상징적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노동계 등에서 강력히 요구해 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역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부는 이날 특사에 대해 “형사처벌이나 행정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조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인·공직자의 부패범죄, 각종 강력범죄를 사면 대상에서 배제하고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일반 형사범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