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기호 소장의 제안

“고령화 문제는 분단 다음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할 정도로 절박하고 절실한 문제다. 당연히 정부는 정책을 세워야 하고, 사회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만, 개인들도 개인 차원에서 준비를 하고 대응을 해야 한다. 경제적 준비도 하고, 심리적 준비도 해야 한다. 즐거운 노년,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공부를 해야 한다. 책을 보고 배우는 ‘평생 공부’. 그것이 우리 시대 중·노년 세대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국내 유일의 시니어 전문 출판 브랜드 ‘어른의 시간’을 3년째 꾸려가고 있는 한기호(59·사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정년, 은퇴, 노년 같은 문제에 처한 한국의 중·노년에게 ‘공부론’을 제안했다.

한 소장이 시니어 전문 출판사를 차린 것도 중·노년들에게 ‘공부’를 위한 다양한 텍스트, 매뉴얼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제까지 한국의 은퇴자들이 공부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책,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 고령화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대응방법을 담은 책 등 10여 권을 냈다. 그는 9년째 치매 초기인 팔순 노모를 돌보며 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어머니와 산다’를 내놓기도 했다.

“나라고 개인적인 이야기, 어쩌면 구질구질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놓는 것이 쉬웠겠는가”라는 그는, 하지만 ‘경험의 공유’가 절실하다고 했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고령화, 초고령화 사회에서 우리가 맞고 있고, 또 만나게 될 경험들은 개인들에겐 생소하고 낯선 첫 경험인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노하우를 내놓고 공유해야 한다”며 그래서 책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개인적 경험이 그가 어른의 시간을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처절한지 알게 됐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 매뉴얼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를 우리보다 먼저 거친 일본의 경우 매우 다양한 매뉴얼이 나와 있다며 일본은 이 같은 앞선 경험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실제로 그런 경험 자체가 유망한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100세 전후’라는 뜻의 영어 ‘Around Hundred’를 줄인 ‘아라한’ 저자들이 나와 상당한 명성을 누리며 베스트셀러 저자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이같은 현상 자체가 새로운 시대를 맞는 개인들이 누구도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보이는 궁금증과 관심이라고 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