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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로 본 세상 /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 열린책들

지난 1977년 처음 나온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유독 한국에서만 성적이 저조할 뿐 본고장인 북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엄청난 추종자를 거느리며 40년 동안 흥행 성공을 이어왔다.

애초 시리즈를 계획하지 않고 첫 작품에 에피소드명 없이 단순히 ‘스타워즈’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내놓으며 제작사와 배우, 심지어 연출자인 조지 루카스 감독까지도 영화가 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대성공을 거뒀다.

이 책에는 2016년 초까지 전 세계에서 영화 상영, 서적과 장난감 판매 등을 통해 302억 달러(약 32조3800억 원)를 벌어들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성공 비결이 담겨 있다. 미국 법학자인 저자는 이 시리즈를 ‘나라’라고 가정하고, 총수입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유엔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고 소개하며 내적 품질, 사회적 영향력, 세상에 나온 타이밍 등 가설을 통해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또 이 시리즈를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 생각하며 시리즈가 만들어지게 된 의외의 사연과 부성(父性), 구원, 자유 등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에는 기독교, 페미니즘, 질서와 혼란, 과학 기술, 불교 사상 등 시리즈를 보는 열세 가지 방법도 담겨있다. 저자는 특히 이 시리즈가 본질적으로 희생과 사랑을 녹여낸 기독교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로 재탄생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인간 아버지 없이 처녀의 몸에서 태어났고, 사탄에 저항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다가 마지막에 자신의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법학자답게 공화국, 제국, 헌법 등도 이 시리즈를 매개로 다룬다. 헌법에는 다스 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다(I’m your father)”라고 말하는 순간처럼 예측 불허의 전개와 뒤집기, 뜻밖의 선택 등으로 뻗어가는 낱알들이 들어있다고 말한다. 이밖에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로 시작하는 시리즈 일곱 편(‘깨어난 포스’까지)에 대한 평가와 탄생 배경,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을지 등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준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선택의 자유에 대한 메시지가 이 시리즈의 가장 큰 교훈이라며 개인의 능동적인 행동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320쪽, 1만5000원.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