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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3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제22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취임식이 열린다. 정운찬 신임 총재가 추대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KBO의 실무를 책임질 차기 사무총장은 아직 선임되지 않았다. 외부 인사가 사무총장으로 온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1981년 출범한 KBO는 총재 대행까지 합치면 정 신임 총재가 14번째 수장이다. 이중 구단주 등 관계자가 총재를 역임한 것은 박용오 총재와 올해를 마지막으로 물러나는 구본능 총재뿐이다. 구단이 돌아가며 총재를 맡기로 했던 합의는 깨졌다.

다른 프로경기단체는 KBO와 다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4월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총재로 선임했다. 조 대표이사는 대한항공 남자 배구단 구단주를 맡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경기인 출신 김영기 총재가 재직하고 있으며, 차기 총재는 현대모비스에서 맡는다. 김 총재는 ‘향후 총재는 KBL 회원 구단의 구단주 중에 추대 선출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한축구협회는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책임지고 있다.

프로경기단체에서 구단주 수장을 선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풍’ 차단이다. 정치권 등 외부에서 총재직을 노리고, 또 총재로 ‘낙점’받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프로경기단체는 회원사에서 총재를 배출하자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자체’ 총재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KBO가 이번엔 정운찬 신임 총재를 선택했다. 물론 정운찬 총재 내정자는 정당 활동을 한 적이 없고, 정치적 색깔이 옅으며, 야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기에 외풍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총재를 보좌하며 KBO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까지 외부 인사로 채워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총재와 사무총장이 모두 바깥에서 올 경우 현안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인사는 구단 간 이견 조율, 심판위원회 등 사무국 내부 소통 등을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 KBO는 최근 사무총장 2명을 모두 내부, 즉 KBO 직원 출신으로 채웠다. 2명의 직원 출신 사무총장으로 인해 KBO 내에선 인사의 투명성이 보장됐다. 다시 사무총장마저 외부에서 영입한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셈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KBO는 단순히 행정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익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업무가 다양해졌다”며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에 외부 입김이 작용한다면 이는 퇴보”라고 지적했다.

조성진 체육부 기자 three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