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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올해도 열흘 남짓 남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파란만장했던 한 해였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여전히 경제는 어렵고, 희망은 희미할 뿐이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은 더 힘겹다. 올 한 해 회자됐던 유행어도 답답한 것이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11~12일 실시한 ‘2017 유행어 설문조사’ 결과, 최고의 유행어에 ‘스튜핏, 그뤠잇’이 뽑혔다. 방송인 김생민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의뢰인이 짠돌이처럼 돈을 아껴 소비하면 그뤠잇(Great), 낭비하는 것에는 스튜핏(Stupid)이라고 불러 가장 뜬 유행어가 됐다. 그런데 이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다는 ‘누명’도 썼다.

2위는 욜로(YOLO)다.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이지만 허리띠 졸라매지 않고 즐기며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3위는 ‘혼∼’이 차지했다. 나홀로 문화의 열풍으로 혼자의 ‘혼’ 뒤에 명사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혼자 식사하는 것을 일컫는 ‘혼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한다. 혼밥뿐 아니라 혼자 술 마시면 ‘혼술’, 혼자 영화 보면 ‘혼영’, 혼자 여행 가면 ‘혼행’이라고 한다. 이런 신조어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계속 생겨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16일 중국 국빈방문 기간 열 끼 중 국빈 만찬을 포함한 두 끼만 중국 측 인사들과 하고 나머지는 혼밥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밥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유행어 설문조사가 문 대통령 방중 이후에 실시됐다면 혼밥 순위가 더 올랐을 수도 있다. 1992년 8월 한·중 국교 수립 이후 6명의 대통령이 모두 중국을 찾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국빈방문해 중국 측 인사들과 3회 만찬과 오찬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3회, 김대중 전 대통령 2회, 노무현 전 대통령 2회, 이명박 전 대통령 3회, 박근혜 전 대통령도 3회 오찬과 만찬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혼밥을 몇 끼 했느냐는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경호원들이 우리 기자들을 집단 폭행해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안겼고, 방중 성과가 별로 없어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뽑힐 유행어들은 희망을 듬뿍 담은 단어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