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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해킹 공격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증거를 우리 정보기관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 해커들이 최근 가격이 폭등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해킹하기 위해 임원들에게 해킹 메일을 보내고 그 컴퓨터를 장악해 비트코인을 탈취하는 사이버 공격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 2014년의 소니 해킹과 2016년 방글라데시 은행을 해킹한 나사로 그룹이 연관돼 있다고 한다.

핵무기·미사일·사이버 공격은 북한의 3가지 대외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사이버 공격은 진입 비용이 가장 적고 익명성이 있으며, 한 국가의 인프라를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임을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경고해 왔다. 2011년 이후 사이버 공격의 양상은 정치 분야에 대한 여론전, 정보 강탈 및 심리적 교란 등으로 그 공격 행태를 다양화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 들이는 것으로 NYT는 전하고 있다.

덧붙여 미사일을 쏘지 않고도 또 다른 위협 수단으로 국가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세계인이 북한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예견했다. 따라서 최근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구체화하고 효과를 발휘하면서 돈줄이 막힌 북한이 외화벌이의 강력한 수단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해킹할 것이란 우려는 예측돼 왔다.

금융 규제 기관은 비트코인이 금융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고 기존 화폐에 대한 정책에 비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는 현 상황과 글로벌 금융 규제 동향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성숙시켜 가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규제 정책이 선도하지 못해 해킹 공격을 막을 수 없다면 그 누구도 새로운 디지털 위협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이미 거래 규모가 코스닥을 넘어섰고, 전세계에서 가장 거래 규모가 큰 가상화폐 거래 시장이 한국임이 명백한데, 최근 발생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해킹 상황과 그 보안 시스템을 살펴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기본기 상실이다. 적어도 기존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 체계와 대응활동을 이어가야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고, 최근 들어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 외부 업체에 위탁하고 전문성 없는 대응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거래 규모와 보유 자산에 걸맞은 보안 시스템에 대한 청사진과 체계를 스스로 갖춰 놨을 것이란 기대는 여전히 무리한 요구였던 것이다.

세계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급속도로 상거래의 체계를 변화시키고 국가의 인프라를 바꿔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재편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는 항상 위험이 뛰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역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오히려 머신러닝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해 나가고 있는 것이 선진국의 국가 전략이다. 그리고 이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가장 초보적인 논쟁과 고민에 여전히 매몰돼 있다. 그 많던 국가 사이버 전략은 도대체 어디에 있으며, 매년 제시하고 구현해 왔던 사이버 보안 정책은 최소한의 효과라도 남아 있는가. 상황은 바뀌었다. 과거의 정책이 유효할 것이라는 자만을 버리고 지금 즉시 모든 것을 재점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