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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최근 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정부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 이른바 ‘문빠’들의 인터넷 댓글은 도(度)가 지나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듯하다.

1970년대 중반 ‘정보화 사회(information society)’ 도래를 주장했던 미래학자들은 그리스 시대의 이상적 직접민주주의가 재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특히, 사안별로 형성되는 여론에 바탕을 두고 정책이 결정되는 이른바 ‘임의민주주의(adhocracy)’가 실현돼 대의민주주의의 병폐를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들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이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했던 ‘토론과 숙의가 이뤄지는 이상적 발화 상황(ideal speech situation)’이 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정보기술이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켜 사회 통합에 부정적인 역할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인터넷 공간에서 살고 있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 양방향 의사소통 행위가 일상화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게재하고 또 수용하는 ‘다수 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 행태가 실현되는 것이다. 실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보면 지금 우리는 거의 완전한 직접민주주의 시대에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왜곡된 의사소통 행태들을 보면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에 벌어진 한국 사진기자 폭행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각자의 시각이나 선입견에 따라 상반된 평가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을 비난하는 의견으로 도배된다면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더 나아가 다른 의견들을 극단적으로 공격하는 맹목적 행위들까지 벌어진다면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는 그동안 지적돼 온 ‘쏠림 현상’이나 ‘의견 양극화’ 같은 문제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즉, 인간이 지닌 ‘고립으로부터의 공포심(fear of isolation)’을 이용해 다수라는 이름으로 여론을 획일화하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이 유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수처럼 보이는 의견이 실제 다수가 아니라, 특정 정치집단이나 이념을 추종하는 지지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과장·조작된 것이라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비단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 인터넷 공간은 이 때문에 몸살을 앓아 왔다. 한국 사회가 지닌 이념적·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온라인 공간에서 그대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온라인 공간은 그 병폐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 원인은 인터넷 공간에서 발생하는 동질 집단 내의 ‘상호감시효과(panopticon effect)’에 있다. 상호 감시되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나 표현을 절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 공간은 ‘사려 깊은 시민(informed citizen)’이 아니라, 분위기에 편승하는 취약한 우중(mob)이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은 정치와 정치인들이 우선 정상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의 거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