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3∼16일 중국 국빈방문 성과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대 합의’만 놓고 봐도 북핵 압박 대책이 빠진 채 중국 입장을 복창(復唱)한 셈이어서 외교 실패로 규정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청와대 측은 “120% 만족한다”고 밝히는 등 자화자찬에 바쁘다. 따라서 정치적 거품을 빼고 오직 외교·안보와 국익 차원에서 평가할 때다.

우선, 현란한 외교 이벤트의 이면에 있는 냉엄한 본질을 봐야 한다. 이번 방중(訪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을 더 얻어내고, 사드 갈등을 완전히 ‘봉인’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4대 원칙을 보면, 북핵 제재 강화보다 오히려 대화 강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향후 불가피하게 제기될 수도 있는 전술핵이나 핵무장 등의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일이다. 지난 10월 31일의 ‘3불(不)’ 합의만으로도 한·미·일 군사협력 등 장기적 관점에서 큰 족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의 ‘전략적 선택’ 여지를 날려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상응하는 ‘전략적 이익’을 챙겨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시 주석 앞에서 대북 원유 중단이나, 사드는 북핵에 맞선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라는 사실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고 한다.

둘째, 국빈방문의 목표는 단순히 접대의 격을 높이는 것을 넘어 ‘국빈’ 자격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 측의 핵심 인사들을 더욱 많이 접촉해 한국 입장을 납득시키는 데 있다. 그런데 ‘혼밥’ 논란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실패했다. 10끼 중 국빈 만찬을 포함한 2끼만 중국 측 인사들과 했다.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외에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진입한 5인을 별도로 만나지도 못했다. 문 대통령이 1시간 면담했다는 장더장은 전직 상무위원이다.

셋째, 과도한 중국 치켜세우기와 자기 비하로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안겼다. 문 대통령이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주변 봉우리로 묘사한 것은, 겸양의 말이라고 해도 도가 한참 지나쳤다. 난징 학살 80주년을 강조하는 등 한·중 역사 연대로 인해 한·일 관계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장애물을 자초했다. 이런데도 자화자찬하는 것은 억지이자 궤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