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8大 그룹, 20일 회동

“적극 투자·고용할 수 있도록
기업인 氣 살리는 자리 희망”

“밥값 3만원 들고 참석하세요”
靑, 극도로 조심스럽게 준비

총리·부총리 연쇄회동 이어
투명·건설적 政經관계로 전환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오는 20일 8대 그룹 핵심 경영진과 만찬 회동을 하기로 한 것은 최근 들어 산업·경제계와의 소통을 전방위로 확대 중인 새 정부의 기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균형을 찾아가고 위축된 기업인의 기를 살려 혁신 성장의 발판을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당부하고 있다.

18일 경제·산업계에 따르면 김 보좌관은 이번 8대 그룹과의 회동에 앞서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중소기업계 주요 단체장과 간담회를 열고, 노동·불공정 행위·규제개선·수출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 김 보좌관은 13개월 만에 청와대와 재계 간의 소통 채널을 가동하는 만큼 모두가 ‘밥값 3만 원’을 지참하라고 당부할 정도로 극도로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이번 회동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주요 경제 부처 차관들을 대동하고 직접 LG그룹 본사를 방문했으며, 19일에는 중견·중소기업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소속 CEO 12명 등을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무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1월 첫 주에 열리는 경제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청와대가 참석 여부를 놓고 아직 협의 중이지만, 문 대통령은 미국 방문 때 약속한 대로 지난 7월 27일 15대 그룹 CEO들과 만난 적이 있어 해마다 1000∼1500여 명이 참석해 온 경제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에는 국정 농단 사태 여파로 대통령과 12대 그룹 총수가 모두 불참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균형을 맞춰 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주체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소통의 자리가 산업 현장의 고충을 듣고 해결해주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은 정부 경제팀이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면서 “정부 고위층의 소통 의지가 각 부처의 현장 관계자까지 녹아들어 마치 ‘한 몸’처럼 정부와 기업이 시장 파이와 일자리를 키워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새 정부의 각종 노동·기업 정책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재계도 정부와의 소통 재개를 통해 “주눅 들고 침체한 분위기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강하게 바란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위축돼 있는 기업인의 기를 살려 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면서 “기업인이 수세적으로 경영에 임하면 현상을 유지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 역시 국가의 한 축인 만큼 평창올림픽 같은 국가적인 행사나 대외 이슈 등과 관련해 국익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가고,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대국민 인식과 신뢰를 높여 나가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범·권도경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