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1·미국)가 굴욕을 당했다.

화이트는 15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브레켄리지에서 열린 듀투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14위에 그쳐 상위 12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듀투어는 2005년 창설된 국제대회로 올해는 특별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미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해 치러졌다. 이날 예선에선 경기장에 몰아닥친 폭설로 선수들의 실수가 속출했다. 화이트 또한 점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전매특허인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돌며 몸을 비꼬는 ‘더블 맥 트위스트(double McTwist) 1260’ 등의 기술을 구사하지 못했다.

미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대표팀은 총 4차례 선발전을 통해 결정된다. 남자부에 주어진 평창행 티켓은 단 4장. 4차례 선발전 중 기록이 좋은 2개 대회 성적을 합산해 상위 3명을 뽑고, 나머지 1명은 미국스키·스노보드협회(USSA)의 재량으로 선발한다. 화이트는 지난 10일 미국 쿠퍼마운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1차 선발전으로 치러진 시즌 첫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순조롭게 대표팀에 승선할 것 같았던 화이트는 2차 선발전에서 삐끗하며 평창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화이트에게 남은 기회는 다음 달 미국 스노매스에서 열리는 3차 월드컵과 매머드 마운틴 그랑프리. USA투데이는 “남은 2차례 선발전에서 화이트의 분전이 필요하다”고 전했고, ESPN은 “만약 화이트가 최종 3인에 포함되지 못해도 USSA가 그를 직권으로 선발할지는 미지수”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화이트는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살아 있는 전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엉덩방아 실수로 4위에 머물렀던 화이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도중 22피트(약 7m) 높이에서 얼굴부터 떨어지며 크게 다쳤다. 이마와 입술 부위를 62바늘이나 꿰맨 화이트는 “나는 내년 평창에 반드시 가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전성기 기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화이트가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그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며 평창동계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