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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장관賞 김연우 양

예쁜 우리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 저 연우예요. 할머니가 건강하실 때, 늘 계시던 할머니는 저에게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었어요.

제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다리를 주물러주고, 배가 아프면 “쑥쑥 내려가라. 연우 배는 똥배,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배를 문질러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밥과 깻잎과 김치전을 해주고, 늘 사람들에게 “연우는 김치만 있으면 밥도 한 그릇 뚝딱 해서 얼마나 예쁜데”라고 이야기하고 다니시며 맛있는 것이 있으면 저 먼저 챙겨주셨던 것이 기억이 나요.

어느 날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머리를 다시 묶어주고 산책을 하며 제 얘기를 들어주면서 기분을 풀어주고 장난을 치시던 할머니가 좋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 다닌 학교는 소학교인 1반에 4명으로, 3반까지 있던 곳이었지만 운동장은 좀 컸습니다. 할머니가 우리 학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셔서 풀을 뜯느라 땀을 많이 흘리면서 저를 보고 웃으며 양손을 들어 흔드는 게 부끄러워 숨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할머니가 밉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치매라는 무서운 병에 걸려 밤에 계속 나가고, 밥도 한 달에 한 번 드실까 말까 하고, 잘 씻지도 않고 할아버지에게는 늘 욕을 들으신 할머니. 가족에게 무시당하던 할머니는 제가 알던 할머니의 모습과는 달라서 할머니가 싫었습니다.

제가 더 싫었던 것은 마지막 얼굴도 못 보여주고 하늘로 가 별이 된 할머니도 미웠지만, 얼음물 속에 꽁꽁 얼어 돌아가신 할머니를 부끄러워하고 싫어했던 저 자신이 너무나도 밉고 싫었습니다.

제가 할머니 대신 죽고 할머니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 얼굴이라도 한번 볼 수 있는 시간, 작별 인사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내가 사랑하는 예쁜 할머니가 죽은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결국 검은 한복 같은 옷과 양말, 머리에 하얀 리본 머리핀을 꽂았습니다,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저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 나는 할머니가 다시 우리 곁으로 왔으면 좋겠어”라고 하자, 엄마는 “아니. 엄마는 이렇게 할머니가 아프고 힘든 것보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할머니가 하고 싶은 것 다 하시고 웃고, 행복하게 하늘도 날아다녔으면 좋겠어”라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할머니의 마지막 꿈이자 평생의 소원이 하늘을 날고 싶어 하셨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그때 참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어요. 저의 소원은 많았지만,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셔서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큰 별이 되면 좋겠다고 빌었어요. 그 뒤로 별이 자주 떠 큰 별을 봤지만, 할머니는 못 봤습니다.

저와 엄마의 꿈에 나타나 할머니의 얼굴을 보여주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저에게 늘 잘해주고 예뻐해주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 친구와의 관계와 사람들 사이의 일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던 예쁘신 우리 할머니.

늘 저에게 잘해주고 마지막까지도 슬픈 표정보단 웃는 표정을 보여주신 할머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경기 이천남초등학교 6학년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