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시작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國賓) 방문’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정상회담을 하지만 공동성명은 물론 공동 기자회견이나 공동 발표문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사드 이견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일에 대학살 80주년 행사 참석 명분으로 난징에 간다. 리커창 총리와의 15일 오찬에도 차질이 생겼다. 형식 측면에서는 외교적 수모를 당하는 것이고, 내용 측면에서는 정상회담을 할 이유조차 모호해졌다. 막판에 시 주석의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 등 당근이 제시될지 모르지만, 현단계에서는 방중 유효성까지 의문시된다.

이러한 입장과 태도는 외교적 무례를 넘어 안보 주권 침해에 해당된다. 그런데, 예견된 것이었다. ‘10·31 사드 합의’에 대한 양국 해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3불(不) 입장 표명’을 사드 문제의 봉인으로 이해했지만, 중국 정부는 입장 표명이 아닌 사드 철수의 시작 단계로 보고 있다. 이제 와서 방중을 철회할 수는 없는 만큼, 중국의 본색(本色)을 똑똑히 보고 제대로 대응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얼굴을 붉히더라도 시 주석에게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 중국의 이런 오만과 무례에 굴복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중국 TV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중국 안보 이익에 침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이란 식의 저자세를 취해선 안 된다.

중국이 사드를 쉽게 용인할 리는 없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사드 보복 재발 방지와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미국 행정부에서 나온 핵무장론을 비롯해 전술핵 재배치 카드 등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안보보좌관은 지난 3일 “북핵이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까지 불가피성을 언급하는데, 북핵의 제1 타깃인 한국이 적극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지러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위협은 북핵이다. 사드는 북핵에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문 대통령이 현란한 중국 외교술에 휘둘려 사진 찍기용 행사만 하다 온다면, 주권도 실리도 모두 침해당하게 된다.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한국을 무시하면 더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고슴도치 외교’를 제대로 펼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