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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요즘 송년 모임에서도 전쟁은 최대 화두다. ‘이러다 진짜 전쟁 일어나는 것 아닌가’ ‘전쟁 발발 확률을 몇 퍼센트로 보나’ ‘이 정부는 전쟁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등등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전쟁’이란 달갑잖은 용어가 어느새 우리의 일상 언어가 돼버렸다. 국내외 각종 안보 세미나에도 외교 실패의 대안으로 미국의 ‘군사옵션’은 단골 메뉴로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다.

핵 항모 3척에 이어 1개 비행대대 규모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킨 미국의 군사옵션은 현재진행형이란 관측도 나온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총사령관은 중국의 묵인을 전제로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Naval blockade) 작전을 비롯해 ‘사이버 기술을 사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뒤로 돌리는 공격적 사이버 보안 방법’ ‘미사일방어체계 향상’ 등 3가지 군사옵션을 거론했다. 국내에선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가 세미나에서 5가지 군사옵션 가능성을 거론했다. 예방타격(핵·미사일 관련 시설 파괴), 북한 지도부에 대한 물리적 저격, 북한 지도부에 대한 심리적 저격, 해상봉쇄, 미사일발사금지선(No Missile Line)선포가 그것이다. 권 교수는 “해상봉쇄는 연안봉쇄나 확대된 대량파괴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수준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며 “유엔헌장 제42조에 근거해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실행 가능성이 열려 있는 옵션으로 작전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온갖 군사옵션이 거론되는 것은 북핵 해법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북한은 핵을 보유한 다른 국가와 달리 핵을 사용 가능한 무기로 인식, 군사작전의 승리를 위한 핵심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17년 9월 4일자 노동신문은 핵폭탄이 30∼100㎞ 상공에서 폭발 시 발생하는 강력한 EMP 효과를 통해 한국의 주요 군사기반에 대한 무력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길주 해사 교수는 “북한이 핵 EMP탄을 사용해 핵무기를 요격하는 대응체계를 무력화하고 이후 2차로 핵폭탄을 발사해 한국 영토에 지면 폭발시켜 막대한 피해와 대혼란을 일으킨 후 바로 협상을 제안해 이익을 챙기고, 전면전 개시 이전 핵 EMP탄을 발사해 한국의 전쟁수행 기반을 무력화하고 속전속결로 남침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 EMP탄 공격에 대비한 방호 대책 수립이 시급한데도 별 대책이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중국과 사드(THAAD) 조율, 미국과의 해상봉쇄 공조 등 안보 현안마다 갈등이 터져나와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 중에는 북한 핵무기 개발 목적이 남침용이 아니라 자위용이라고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핵 정책 기조를 답습해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2018년 신년부터 국제사회 북핵 제재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북핵 동결과 한·미연합훈련 축소,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 대공세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북핵 동결 협상 등 북한의 꼼수에 말려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평화협정 관철 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핵EMP탄을 사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다.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