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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엔 키위가 셋 있다. 첫째, 국조(國鳥) 키위(Kiwi)다. 이 새는 뉴질랜드에서만 산다. 타조의 친척이어서 날지 못한다. 둘째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백인 ‘키위’다. 원주민인 마오리족이나 영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과 차별화해 부르는 애칭이다. 셋째가 바로 새콤달콤한 과일 키위다.

사람 키위가 마오리족이 아닌 백인 이주민을 가리키듯이 과일 키위의 원산지도 뉴질랜드가 아니다. 중국 양쯔(揚子)강 주변이다. 중국명은 원숭이가 먹는 복숭아란 뜻인 ‘미후도’다. 1904년 뉴질랜드 선교사 이사벨 프레이저가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에서 씨앗을 가져와 자국에 심었다. 뉴질랜드에 반입된 초기엔 ‘차이니즈 구즈베리(Chinese gooseberry)’라고 불렀다. 구즈베리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키위는 스트로베리(딸기)·블루베리·블랙베리·크랜베리 등과 함께 ‘베리(berry)’ 패밀리에 속한다. 나중에 새 키위와 비슷하게 갈색 털로 덮여 있다고 해서 ‘키위 푸르트(Kiwifruit)’라고 개명됐다. 요즘은 뉴질랜드 외에 한국·미국·이탈리아·일본·호주 등에서도 생산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농식품정보누리(www.foodnuri.go.kr) 사이트를 통해 ‘12월의 제철 식품’으로 당근·브로콜리·콜라비와 함께 키위를 선정했다.

키위는 우리말 이름도 갖고 있다. 참다래 또는 양다래(서양다래)다. 키위 묘목이 뉴질랜드에서 처음 국내로 들어온 1977년 이후 키위 또는 양다래라고 불렀다. 1997년 당시 국회 농림수산분과 소속 의원 일부가 한국에서 재배되니까 참다래라고 부르자고 제안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키위는 20세기에 개량된 가장 젊은 과일이다. 한국인은 연간 1인당 1㎏쯤 먹는다. 한 개 무게가 100g가량으로 딸기의 달콤함, 바나나의 고소함, 파인애플의 새콤함이 어우러진 맛이다. 손으로 쥐었을 때 탄력이 약간 있고 향기가 나는 것이 신선하다. 키위는 바나나·망고·파파야·아보카도처럼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하는 후숙(後熟) 과일이다. 나무에서 딴 키위를 실내에서 일정 기간 익힌 뒤에 먹어야 한다. 다 익기 전에 먹으면 단단하고 제맛을 느낄 수 없다. 햇볕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수일∼1주일 방치하면 잘 익는다. 더 빨리 익히려면 종이 봉지에 바나나·사과 등과 함께 담아둔다. 이들 과일에서 나오는 식물의 노화(숙성) 호르몬인 에틸렌 가스가 키위의 숙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키위는 ‘천연 수면제’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만의대 영양·건강대학원 연구팀은 2006년 수면 장애가 있는 20∼55세 성인 29명에게 매일 잠들기 1시간 전에 키위 2개를 제공했다. 4주 뒤 이들의 수면 시간은 5시간 54분에서 6시간 39분으로 연장됐다. 특히 잠이 들 때까지의 입면(入眠) 시간은 33분에서 20분으로 단축됐다. 연구팀은 키위에 함유된 세로토닌·칼슘·마그네슘·이노시톨 덕분일 것으로 풀이했다. 세로토닌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잠이 잘 오게 하며, 나머지 세 영양소는 짜증을 없애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위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햇볕을 덜 받는 겨울엔 체내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때 키위 섭취로 세로토닌을 보충하면 어떨까요?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