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관리 소홀 ‘장식용’
물건 분실해도 화면 조회 못해
의무 설치·관리 규정조차 없어
고장·오작동 책임 소재 불분명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각종 사건·사고의 증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하는 서울 시내버스 CCTV(사진) 일부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등 제구실을 못 하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CCTV가 고장 나거나 오작동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기관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원 A 씨는 최근 시내버스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 곧장 경찰에 분실신고를 한 A 씨는 버스 내부 CCTV에 녹화된 화면을 살펴보기 위해 경찰관과 함께 버스 회사로 찾아갔다. 그러나 버스 CCTV에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전날 기록도, 이틀 전의 기록도 없었다. CCTV가 아예 작동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 업체 관계자는 “당연히 CCTV가 켜져 있는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 버스 CCTV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가장 큰 이유는 CCTV 의무 설치 또는 관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CCTV는 버스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설치한다. 버스 한 대당 CCTV가 평균 4대 정도 설치돼 있어도 ‘장식용’으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운영 및 관리는 전적으로 버스 업체의 몫인데 고장이나 오작동이 발생해도 버스 업체는 CCTV 업체 탓으로 책임을 돌리면 그만이다.

버스 업체에서 CCTV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1년에 약 2차례 버스 업체를 방문해 무작위로 버스 10%를 골라 CCTV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지원금 교부 때 반영하는 게 전부다. CCTV 설치가 의무 사항도 아니고, 서울시 예산으로 CCTV를 달아준 것도 아니니 관리할 수도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 서울시 관계자는 “강제규정이 아니다 보니 고장·오작동을 막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입법을 통해 CCTV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는 이상 서울시에서 강제력을 동원해 직접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와 달리 대구시는 자체 예산으로 시내버스에 CCTV를 설치해줬다. 시에서 직접 관리하니 고장 건수도 집계되는 등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은 “서울시도 대구시 사례를 참고하면 더 좋겠지만, 재정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버스 검사를 할 때마다 CCTV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현실적 대안이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조재연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