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세무사 자격부여 폐지
변리·노무사 등 갈등도 터질듯

‘경축(慶祝) vs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를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8일,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는 ‘경축, 56년 세무사회의 숙원이 이뤄졌습니다’란 표현이 등장했다. 잔칫집 분위기를 보여준다.

반면 내년 1월부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없게 된 변호사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놓은 규탄 성명서도 ‘이날 목놓아 통곡하노라’란 뜻으로, 장지연이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비판해 쓴 황성신문 논설 제목을 빌렸다.

이는 단순히 세무사, 변호사 업계 갈등을 떠나 앞으로 다른 전문자격사 업무 권역 간에도 치열한 영역 다툼이 본격화할 것임을 알리는 전조로 풀이된다.

1만3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한국세무사회의 박병정 이사는 11일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로 1961년 창립 이후 56년간의 숙원사업을 풀었다”며 “국회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세무사 자격을 공짜로 주는 잘못된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공정경쟁의 국가정책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매년 600여 명의 세무사를 배출하는 세무업계는 현재 경제 상황을 유추했을 때 곧바로 업무영역이 확장된다기보다, 2만4000여 명의 변호사들이 잠식해온 영역의 침범을 저지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전문자격사제도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반면 세무사법 개정안의 직권상정 및 통과 위험이 상존한다며 오는 13일 개정안 저지 제2차 집회를 예고했는데도 불구, ‘허’를 찔린 변호사 업계는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민선택권을 박탈하고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법 폐기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주는 제도를 없애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데다 노무사, 법무사, 행정사, 공인중개사 등도 서로 업무영역 중첩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어 유사 갈등과 다툼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