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현장 감식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10일 근로자 3명이 사망한 경기 용인시 물류센터 현장 감식을 위해 사고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정부 ‘타워크레인 안전대책’ 한달만에 또 용인서 참사

남양주·의정부 사고 이후에
국토부, 안전사고 대책 공문
‘설치·인상·해체 촬영’ 포함
현장선 “高空영상 어불성설”

불시감독·특별교육 등 조치
사고 때 강력제재 수단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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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크게 다친 경기 용인시 고매동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타워 크레인 전도 사고는 크레인 인상 시 작업 현장을 영상물로 남겨야 한다는 정부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업체와 현장 근로자의 안전불감증도 문제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안전 지침을 내리고 사후 관리도 하지 않은 정부의 탁상행정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를 조사 중인 용인동부경찰서는 11일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고매동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건설 현장에서 인상 작업 과정을 촬영한 영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19일 도를 비롯한 26개 지방자치단체 및 안전관리 기관·협회에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관련 조치’란 제목의 공문(사진)을 보냈다. 이 공문상에는 ‘타워크레인 설치(인상 작업 포함), 해체 작업 시 작업 안전기준 준수 여부 등을 영상 기록할 것’이란 내용의 지시 사항이 담겨 있다.

이는 올 들어 경기 남양주와 의정부 등지에서 크레인 전도로 인명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건설현장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크레인 기둥을 높이거나 설치·해체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고가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영상을 남겨두면 사고 발생 시 안전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경찰은 현장에 설치된 CCTV 등의 영상 자료는 확보했지만, 현장에서 인상 작업을 따로 촬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영상이 없다 보니 “크레인 일부가 움직였다” 등의 의혹이 제기돼도 이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경찰과 현장 감식에 나선 용인시 역시 이와 관련한 영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타워 크레인 현장 근로자 사이에선 “수십m 위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도 위험한데 그 현장을 영상으로 찍으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만약 영상을 찍기 위해 누군가 올라갔다면 사망자나 부상자가 한 명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 합동 안전대책들도 추진에 시일이 걸리는 사안이 많아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노후 장비의 연식을 제한하고 작업주체별 안전관리 책임과 사고 발생 시 제재를 강화하는 등의 31가지 세부시행 과제를 내놓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검사기관 부실검사 여부 암행점검이나 건설업체 자체 관리 강화, 타워크레인 특별교육 및 불시감독 등 7건에 불과하다.

김동헌 한국산업관계연구원 부설 재난안전원장은 “타워크레인 사고와 관련해서 정부가 방비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안전에 관해서는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 대책이 현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사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인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