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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클럽’ 가입한 칼국수집 운영 ‘짠돌이’ 박기대 씨

다섯 식구에 휴대전화 한 개뿐
TV도 없이 근검절약하며 일해
“세 자녀·아내 기부 동의 감사”

“손님들로부터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아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계속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도 얻을 수 있고요.”

아내와 100㎡ 남짓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자영업자가 ‘부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상구 덕포 지하철역 부근에서 ‘해물왕창칼국수’를 운영하는 박기대(45·사진) 사장이 133번째 부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고 8일 밝혔다. 박 사장은 통장 잔고에 있던 2000만 원을 모두 내놓는 등 5년간 모두 1억 원을 기부키로 했다.

박 사장은 그동안 복지시설에 음식을 제공하는 등 크고 작은 기부를 해왔다. 그러면서도 5인 가족 중에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자신뿐이고 집에 TV도 없이 근검절약하며 살고 있다. 그는 “일단 통신료, TV시청료 등도 아낄 수 있지만 애들이 TV 대신에 책을 많이 읽어서 유익한 것이 많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장사가 잘돼 아파트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며 “기부는 ‘이자 없는 빚’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대출금을 갚아온 것처럼 성실히 일하면 모두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중3·중1 두 아들, 초등 3학년 딸을 둔 박 사장은 “기부하려면 아이들 용돈을 줄이고 아내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모두 흔쾌히 동의해 줬다”고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저 같은 평범한 사람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퍼져 많은 사람이 동참했으면 더욱 좋겠다”고 희망했다.

박 사장은 오전 9시면 칼국수 가게에서 아내와 직접 면을 뽑거나 반찬을 만들고, 재료 손질과 설거지까지 하는 등 오후 10시까지 하루 13시간씩 일한다. 해물칼국수는 한 그릇에 4000원을 받아 저렴한 편이고 홍합, 바지락 등 해물을 많이 넣어 맛집으로 소문났다. 정성을 다할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했다. 그는 “가격이 저렴해 별로 남지는 않지만 신선한 식재료를 쓰고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테이블이 11개인데 손님들이 줄을 서도 혼자인 손님도 배려해 합석을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 2014년 초등 4, 6학년인 두 아들과 함께 45일 동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1000㎞를 걸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목동, 어부와 시골 놀이터에서 활기차게 뛰어노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행복은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나누는 삶에서 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식의 레시피와 식당 구조, 운영방식에 대해 스케치를 하고 영감을 얻은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