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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열네 살이나 열다섯 살이 되면 자신이 사랑하던 것, 오래된 취향, 아무 이유 없이 좋아했던 취미들을 하나씩 버린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그 어떤 재미도, 열정도, 열의도, 개성도 남질 않는다.” (88페이지)

책이 금지된 미래 세계를 그린 과학소설(SF) ‘화씨 451’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화성으로 날아간 작가’(다른)에서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흔히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재미와 열정, 열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르게 표현해 “나는 서커스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커스란 세상사에 맞춰 적당히 버리고 포기하는 것들의 대명사일 테다. “어둑하고 서늘한 여름날 새벽 다섯 시에 서커스단이 도착해, 증기 오르간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져도, 사람들은 일어나 뛰어나가지 않고, 그저 잠결에 몸을 뒤척이곤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지만 나는 일어났고 달려 나갔다.”

책은 브래드버리가 글쓰기에 대해 ‘화씨 451’ ‘민들레 와인’ 등 대표작에 대해 자유롭게 풀어낸 글들을 모은 것이다. 부제는 ‘단편의 제왕 레이 브래드버리 창작 에세이’지만 글쓰기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책이다. 독자의 마음에 불을 켜는 것은 ‘열정’에 대한 그의 열정이다. “열의나 열정 있는 태도로 살아가거나 그런 태도로 창작하는 사람을 보는 건 드문 일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자질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충고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열의를 잘 들여다보라.”

더 없이 좋은 말이지만 열정을 불태우라는 말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지 하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열정이라는 단어는 좀 오염됐다. 그래서 브래드버리의 서커스 비유가 좋다. 모두가 아닌 자신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에 일어나 뛰어나갈 수 있는 뜨거움. 248쪽, 1만45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