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하렴” 연극연습 격려· 졸업식 손편지…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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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賞 장지영 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교장 선생님께.

선생님, 지영이입니다! 마지막으로 찾아뵌 지도 벌써 1년이네요. 어느 선생님께 편지를 쓸지 생각해 봤는데,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쑥스럽지만, 저와 우리 개금여중 아이들이 얼마나 선생님을 좋아했는지 적어보려고 해요. 음… 선생님이 취임하실 때 하신 말씀이 기억나요. “교장은 처음인데, 우리 예쁜 아가씨들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조금은 느릿하게 이야기하셨죠. 그리고 그 말씀을 잘 지키셨어요. 선생님께서 취임하시고 첫 내신 시험 날이었어요. 저는 중3이었고, 지망하는 학교에 가기 위해선 영어시험에서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하필이면 첫날에 영어 과목을 쳐서 안 그래도 시험 칠 때 유난히 긴장하는 저는 그 전날 잠도 못 자고 학교에 가야 했어요. 혹시나 배가 아플까 봐 아침도 먹지 않고 교실에 도착했어요. 교실은 굉장히 떠들썩했어요. 반장인 제가 아이들을 통솔해야 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니 자리에서 쉼 없이 물만 마시고 있었어요. 그때 교장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 전 처음에는 시끄럽다고 혼날 줄 알았어요. 근데 교장 선생님께서는 의외로 “여러분 시험 날에도 밝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하시며 32봉지의 견과류와 초콜릿을 나눠주셨어요. “이 시험이 여러분에게 크든 작든 오늘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말씀을 덧붙이시면서요. 얼마나 신경 쓰셨는지 봉지마다 자필로 이름과 응원 문구도 적어주시고, 하나씩 손수 포장하신 선물이었어요. 500명이 넘는 전교생 것을 다 말이죠.

아, 빼놓을 수 없는 건데 선생님은 연극부 미네르바를 되게 아껴주셨어요. 미네르바는 자타 공인 교내 대표 동아리이자 학교와 역사를 함께한 연극 동아리인데, 그만큼 연습량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죠. 저는 그 죽음의 미네르바 부장이었고 우리는 대회 기간만 되면 오후 11시까지 컵라면을 먹으며 연습했었죠. 선생님들도 모두 퇴근하시고, 연기 강사님과 저희만 남아 연습했어요. 어느 날 발음도, 연기도 엉망이고 어색해서 모두 풀이 죽어 있었어요. 강사님도 “너희 이걸로는 대회에 못 나간다”며 떠나셔서, 우리는 울면서 라면을 먹고 연극 런을 돌리고 있었죠. 시간은 가는데 연기가 잘 나오지 않자 부원들 모두 초조해져 누가 찌르면 왈칵 눈물을 쏟을 만큼 물렁물렁해져 있었어요. 근데 강당 문이 열리더니 교장 선생님께서 오셨어요. 분위기를 보시곤, 상황을 눈치채신 듯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선생님도 연극을 좋아하는데 중·고등학교 때 이렇게 제대로 도전해 보지 못했다고, 열정을 갖고 밤이 깊을 때까지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사랑스럽다고. 못 한다 못 한다는 소리만 듣고 스스로 채찍질만 하던 상태에서 칭찬을 들으니 가슴 밑바닥부터 울컥했어요. 교장 선생님이 가시고 다시 한 번 펑펑 울면서 부원들과 “즐기며 하자” 외치고 연습을 재개했죠. 교장 선생님의 격려에 힘입어 대회에서 금상까지 땄는데, 1년이 금방 흘러 그렇게 사랑이 많은 교장 선생님을 뒤로하고 졸업하는 날이 왔어요. 선생님께선 졸업식 날까지 우리를 울리실 작정이셨는지, 한 명 한 명 손편지를 써주셨죠. 제 편지에서 “지망하던 학교에 가게 된 걸 축하해요. 이제 미네르바는 지영이 없어서 어떡하나요?”란 글을 보고 웃음 짓던 기억이 나요. 우리 개금여중의 모든 아이는 이동원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