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들이 건축환경공학과가 있는 35동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있다. 서울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친환경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 학교를 푸르게 바꾸는 환경부·환경공단 ‘그린캠퍼스’ 제도

2011년부터 매년 공모 진행
작년까지 우수대학 40곳 선정
올 사업비 2억3500만원 지원

서울대,최우수 캠퍼스로 꼽혀
‘에너지맵’·절약현황 앱 호평

세계 대학은 친환경 제도 정착
대학별 환경평가·보조금 지급

흔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는 대부분 ‘굴뚝 산업’에서 배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과 건물이 많은 대학 등 학교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16년도 건물부문의 연료·전력사용에 의한 에너지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물부문 온실가스 총배출량 1157만9000t이산화탄소(CO2) 중 146만tCO2(12.6%)는 학교 건물에서 배출됐다. 상용건물(16.7%)과 아파트(16.4%)에 이어 학교가 세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도 2011년부터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는 대학을 매년 공모를 통해 ‘그린캠퍼스’로 선정, 녹색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사회적 책임과 지역사회 공헌이란 양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 시작한 대학들의 노력에 대한민국도 ‘녹색’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대 온실가스 에너지맵’은 관악캠퍼스 내 건물들의 모든 정보가 시각화돼 제공된다. 에너지맵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후원하고 대학이 실천하는 그린캠퍼스 제도 = ‘그린캠퍼스’에는 지난해까지 40개 대학이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캠퍼스 녹화사업’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녹색 생활운동 추진’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환경부는 그린캠퍼스 제도가 궁극적으로는 청년층에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고, 지역사회에 친환경의 의미를 전파하는 지역거점 역할을 한다고 보고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는 서울대, 나사렛대·충북보건과학대·한국산업기술대가 우수 그린캠퍼스로 선정됐다. 총 2억3500만 원의 사업비(최우수상 8500만 원·우수상 5000만 원)를 지원받게 된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서울대는 지속가능한 환경보고서 정기발간, 캠퍼스 온실가스 통합관리시스템 운영, 온실가스·에너지 인포그래픽 제작 등 그린캠퍼스 특화사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에 선정된 나사렛대는 다양한 그린환경 동아리 활동을 지원했다. 충북보건과학대는 태양광 산업육성으로 친환경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산업단지 주변 녹지공간 확충사업이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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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환경부 기후미래정책국장은 5일 “성공적인 그린캠퍼스 조성을 위해서는 대학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대학의 지속가능한 그린캠퍼스 조성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우수상 서울대… ‘보는 재미는 더하고 참여는 늘리고’ = 그린캠퍼스 최우수상을 받은 서울대는 2008년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를 선언하고 18개 실천 목표를 발표했다. 이후 그린리더십 교과과정 개설과 대학 단위 온실가스 에너지 통합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서울대 관악캠퍼스 온실가스 에너지맵(http://co2.snu.ac.kr)’을 상용화했다. ‘온실가스 에너지맵’은 캠퍼스 내 모든 건물의 정보가 입체적으로 시각화돼 제공된다. 에너지 사용량은 물론, 온실가스의 양을 부피로 표시하거나, 온실가스 흡수에 필요한 녹지의 규모를 시각적으로 표시해 정보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서울대는 매년 11만t가량의 CO2를 배출한다. 그린캠퍼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혜진 서울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11만tCO2라는 숫자가 와 닿지 않을 수 있어 CO2가 관악캠퍼스 총면적(약 105만㎡)을 모두 덮은 56m 높이라고 부피 단위로 설명하면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낀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연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에너지 리빙랩’과 같은 아이디어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리빙랩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스마트플러그를 실내에 설치하고, 모바일 앱으로 에너지 절약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사업이다. 서울대는 모바일 앱에서도 실시간으로 절약한 에너지와 감축한 온실가스양을 시각적으로 확인토록 해 구성원들의 참여를 늘렸다. 정 교수는“서울대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미에서 현재 확보한 콘텐츠와 기술을 다른 기관에서도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국에선 이미 정착한 ‘그린캠퍼스’ = 세계의 주요 대학은 캠퍼스에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친환경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대학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깨닫고 실천에 나섰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 장기 감축 목표를 제시한 법률을 제정한 국가다.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34% 감축하기로 한 영국은 대학의 환경성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672개 대학 총장이 캠퍼스에서 배출하는 CO2를 줄이기 위한 감축 목표를 정하고 실천을 위한 기후서약에 서명했다. 일본은 에코캠퍼스 사업을 통해 설비도입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형석 환경공단 지자체온실가스팀장은 “우리나라 대학에선 신입생 모집에 열을 올리다 보니 환경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정부지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는 교수진과 학생들이 있어 오늘도 우리 대학들은 녹색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