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N, dgg 완료”?… 정체불명 ‘직장인 급여체’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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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N=전무님, dgg=똑같게 뜻
근본 없는 영어 줄임말 판쳐
학생들이 쓰는 ‘급식체’ 닮아
“언어 혼란 불러 소통 해쳐”

“신규 장비, 기존 장비 기준 dgg 완료해.” 대기업 전자계열사에서 일하는 배모(29) 씨는 상사에게 처음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어이없게도 dgg는 우리말 ‘똑같게’를 소리 나는 대로 줄인 것이었다. 배 씨는 “세팅값(설정)을 맞추란 뜻도 되고, 퍼포먼스(결과)를 맞추란 뜻도 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의미 없이 나열하거나 자음만을 사용해 표현하는 ‘급식체’(학교 급식을 먹는 연령대 청소년들이 쓰는 말투)가 유행해 우리말 파괴 논란을 빚는 가운데,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쓰는 말투로 ‘급여체’가 등장했다. 정체불명의 ‘회사용 콩글리시’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급여체를 접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근본도 없는 줄임말 때문에 의사소통이 더 힘들다”는 토로가 나오는 실정이다.

직장인들은 특히 상사의 계급과 관련된 호칭을 소리 나는 대로 옮겨 영어 이니셜로 바꿔 쓰는 일이 많아 황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 회사원 이모(27) 씨는 “JMN은 전무님이고, SMN은 상무님”이라고 소개했다. 한 로펌에서 일하는 최모(여·34) 씨는 “이메일에 담긴 BHSN이라는 영문 약자가 뭔지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변호사님이었고, GMN은 고문님이었다”고 황당해했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은 조사만 빼고 모조리 영어를 빌려 쓰거나, 영어와 우리말을 마구잡이로 섞어 쓰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외국계 의류 브랜드에서 일하는 박모(27) 씨는 “‘이번에 KOL(Key Opinion Leader) 씨딩(seeding) 건 어레인지 컨펌 부탁드립니다(유명 유튜버·인스타그래머 등 협찬 건을 정해서 승인해달라)’라는 식으로 조사만 빼면 다 영어”라며 “한글로 ‘아삽’이라고 적어 놔서 뭔가 했더니, ASAP(As Soon As Possible)이었다. 차라리 영어로 써놨으면 알아볼 수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급여체의 사례로 ‘아이데이션하다(해외 성공사례를 찾다)’ 등도 꼽고 있다. 아이데이션은 영단어 ‘ideation(관념화)’을 발음조차 틀리게 읽은 것으로, 광고계에서 아이디어 찾기란 의미로 확대돼서 쓰이다가, 급여체에서는 아예 원래 의미를 찾아볼 수도 없게 변질돼 버린 경우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5일 “동료 집단 내에 비밀을 보장하고 유대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은어’로 볼 수 있다”면서 “은어에 담긴 사회성은 포용해야겠지만, 언어 사용에 혼란을 가져오고 다른 집단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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