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피부관리실 이벤트 행사
“이정도 투자못해”자존심 자극
환불 요구에 추가 구매 권유도

“무료로 피부 관리를 해 준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몇백만 원을 내고 후회만 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A(여·32) 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 관리실에서 몇십만 원 상당의 피부 관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피부 관리가 끝나자 한 직원이 들어오더니 몇몇 화장품과 마사지, 레이저 시술 등이 포함된 상품을 소개해주며 1시간이 넘도록 집요하게 구매를 유도했다. 직원은 “화장품에 피부 마사지, 레이저 시술이 포함된 금액이라 매우 저렴한데 이 정도도 본인한테 투자를 못 하느냐” “이제 30대인데 이 정도 관리는 받아야 한다” 등의 말로 A 씨의 자존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A 씨는 결국 화장품과 마사지 등이 포함된 상품을 120만 원에 결제했다. A 씨는 화장품을 몇 번 사용하다가 피부 트러블이 생겨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에서는 ‘좀 더 써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미루다가 나중에는 다른 상품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A 씨는 업체의 설득에 넘어가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50만 원, 250만 원을 더 지불했다.

무료로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인 뒤 화장품 등을 억지로 판매하고 환불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업체들이 늘면서 많은 여성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피부 관리실에서는 방문한 여성들을 몇 시간 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B(여·31) 씨는 4일 “무료로 2시간 반 동안 관리를 해준다고 해서 갔더니 직원이 들어와 ‘1시간은 제 시간인 거 아시죠’라고 말했다”며 “안 산다고 하자 2시간 가까이 집에도 못 가게 붙잡아 두고 이것저것 사라고 계속 설득해 결국 가장 싼 화장품 몇 개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보통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하기 때문에 구매 후 소비자들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직원의 설득에 못 이겨 구매하게 된 소비자들은 “거의 강매 수준 아니냐”며 호소하고 있다.

피부 관리를 받아 본 소비자들의 만족도마저 그리 높지 않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피부 관리실 상호들을 검색하면 “피부 관리실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했는데 인터넷으로 사는 게 더 싸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사지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피부관리실들이 큰 금액을 할부로 결제하도록 하고 환불도 미루거나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