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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드디어 종교인 과세가 시행될 전망이다. 대다수 국민의 희망대로 종교인들의 소득에 대한 과세의 세칙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확정됐기 때문이다. 종교활동비의 과세 대상 제외 등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으나, 제도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수용해야 하는 한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선진국 어디에서도 인정되지 않는 직업종교인 근로소득의 특수성에 대한 주장을 꺾은 제도 정상화이자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로의 진전이다.

단순해 보이는 종교인 과세라는 제도 도입에 근 반세기가 걸리고, 이도 상당한 타협에 따른 것임은 이 과정에 유의해서 봐야 할 점들이 있음을 의미한다.

첫째, 조세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경제적 필요에 대한 다양한 집단의 비슷한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분담케 하는 종합적 접근을 적용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조세라는 경제적 자원의 국가로의 강제적 이전(移轉) 정당성은 국가와 당사자 집단 간의 협의로는 도출되기 어렵다. 모든 집단은 각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자신들의 조세 부담의 예외를 주장하게 된다. 근로자는 근로소득의 건전성을, 자영업자들은 저소득을, 기업은 기업 활동의 장애와 경쟁력 약화를, 각 사회 집단은 자신들 활동의 고상함을 이유로 든다.

국가는 각 집단의 지엽적인 관점을 공동체 전체의 경제적 부담을 분담한다는 관점으로 전환해야만 개별 집단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소득이 있는 모든 집단은 적으나마 조세 부담을 진다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집단에 조세 부담을 지우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조세 제도는 한 국가의 경제와 사회의 구조에서 어떤 부분에서 재원을 국가 부문으로 유출하는 것으로, 각 국가의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돼 있는 제도다. 따라서 우리의 사회적 가치관에 맞는 조세 제도 개편의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경제 부문에서 경제적 가치가 생산되는 단계에 부과하는 조세 체계는 국가 간 기본 구조의 유사성이 큰 반면 사회 부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교환 관계에 대한 과세 방식은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해 상당히 다른 점이 많다. 이는 사회 부문에 대해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 제도의 단순 적용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조세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시사한다.

종교인의 근로소득은 논외로 하더라도, 종교 기관의 재산이나 활동에 대한 과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양한 비영리 기관들과 자생적인 공동체사회(Gemeinschaft), 가족 및 친족이라는 전통적 관계 내의 재화 교환에 대한 과세 체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추가적인 재원 부담은 이익사회인 경제 부문에서 확보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셋째, 조세 개혁 성공의 근본 조건은 정부 부문에 대한 신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세 부담 증가는 무조건적인 저항을 야기하며, 이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수혜가 생긴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재원을 사용하는 국가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 사회적 이해가 전제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를 훼손하는 다양한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 포퓰리즘적인 지출 프로그램이 지속되는 한 사회 내 집단들의 강한 조세 저항은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