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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대박…흥행은 쪽박
자기색깔로 승부하는 이단아

홍상수(사진) 감독의 영화들은 원래 사람들이 많이 볼 작품들이 아니다. 그의 영화가 워낙 ‘사소설(私小說)’적이어서 관객의 스펙트럼이 그리 넓지 않은 탓이다. 홍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건 그의 사적인 영역, 경험, 생각, 철학 등을 인정하고 공유한다는 얘긴데 그건 상당히 특별한 경우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지적 수준이 약간은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애초부터 그의 영화는 대중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도 홍 감독이 얻고, 또 구가했던 해외에서의 성과, 특히 국제영화제에서의 성과와 비교할 때 국내 흥행 수치는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영화는 평균 관객 수 2만 명을 넘지 않는다. 물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8만 명,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3만 명을 넘기기도 했지만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극히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작에 초청되면서 배우 권해효와 조윤희, 김민희, 그리고 홍 감독까지 레드 카펫을 밟으며 화제를 모았던 ‘그 후’ 역시 2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왜 이러는 걸까. 유럽 관객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왜 홍 감독의 영화들을 ‘미워’할까. 김민희와의 스캔들 때문일까. 최근 1∼2년 사이에 발표했던, 특히 김민희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들, 그러니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등의 성적을 보면 영향이 없다고는 결코 말할 수가 없다. 아마도 두 사람이 다시 대중적 지지를 얻기까지는 비교적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홍 감독의 영화가 언젠가 한 번은 ‘대박’을 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작자나 투자자는 추호도 없다. 홍 감독은 한국 영화산업에서 일종의 ‘자기 구역’을 설정하고 이를 구축한 케이스다. 그는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이다. 별종이다. 그는 매우 적은 관객만으로도 수지를 맞출 수 있게끔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되 대신 작품을 빠르게 만들어서 다작의 진영을 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굴하지 않고 지금껏 30편 가까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이자 그만이 갖고 있는 ‘재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해외에서 홍 감독이 받는 포커스에 비해 한국 관객들이 그의 영화를 찾지 않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 관객들은 ‘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노래와 춤을 곁들이면 더욱더 좋다. 스타가 많이 나와야 한다. 한마디로 상업영화에 중독돼 있다. 그 의존성이 크다. 그런데 홍 감독 영화에는 이런 요소들이 거의 없다. 하나도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니 흥행이 안 되는 것은 한마디로 떼어 놓은 당상이다.

한 나라에 흥행과는 거리가 극단적으로 먼 감독이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나라 영화 문화에 예술성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데이비드 린치가 그렇고 캐나다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그렇다. 일본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중국에는 쉬안화가 있다. 프랑스에는 장뤼크 고다르, 영국에는 켄 로치가 평생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면서도 세계 영화계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홍상수가 그런 감독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아니 이미 그런 반열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관객 수 따위. 그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