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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전성시대’를 맞아 과학소설(SF)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나오지 못했던 혹은 절판된 고전들, 명작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SF 시대를 예감하고 SF 전문 출판사로 문을 연 아작은 최근 아서 클라크의 대표작 ‘낙원의 샘’을 내놨습니다. 우주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22세기 중반, 지구 최고 건축 공학자가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70년 전 정지궤도와 인공위성을 예측했던 작가가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낙원의 샘’은 초판 3000부를 찍었습니다. 책 시장이 위축되면서 초판 1000부가 일반적인 현실에서 부러운 수치입니다. 비인기 장르이지만 마니아적 독자군이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있습니다. 홀로 된 식물학자의 화성 생존기인 앤디 위어의 ‘마션’(RHK) 같은 작품입니다. 2015년에 번역, 출간된 소설은 20만 부가량 팔렸습니다. 위어는 ‘워 크래프트 2’ 개발에 참여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재미 삼아 블로그에 ‘마션’을 연재했다 베스트셀러를 만든 스타 작가입니다. 이번 주 그가 전업작가로 나서 쓴 첫 소설 ‘아르테미스’(RHK)가 나왔습니다. 배경은 달에 생긴 최초이자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 0.5㎢, 인구 2000여 명의 아르테미스는 억만장자나 돈 많은 관광객들의 도시입니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최하층 짐꾼으로 일하는 재즈 바샤라는 소녀입니다. 돈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마션’이나 ‘아르테미스’는 과학적 지식이 촘촘히 동원되긴 했지만 전통적 SF라기보다는 여러 장르가 복합된 대중 소설 쪽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고전부터 블록버스터급 오락물까지 다양한 SF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공급 과잉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새 독자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SF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당연히 과학, 인간, 존재, 세계에 대한 철학이 맞물려 들어갑니다. 우리 책 시장에서 오랫동안 대중적 빈 곳이었던 SF의 인기는 모두가 인공지능(AI)과 미래 기술을 말하는 시대, 인간과 과학,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열망일 수 있습니다. 질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시대, 인간의 위대한 상상력에서 답을, 거기에서 다시 시작되는 질문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