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제재가 또 한 단계 높아졌다. 북한이 29일 ‘화성-15형’이라며 초고각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측면에서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자국이 핵미사일 공격에 노출됐는데도 흐지부지 넘긴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국가도, 정부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일본 방문 때 아베 신조 총리에게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번 발사 직후에도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전세계에 공언했다.

미 행정부의 추가 독자 제재가 예고된 가운데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발언을 통해 화급(火急)한 대응 방향을 밝혔다. 첫째, 원유 봉쇄다. 그는 “핵 개발 주(主)동력은 원유”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직접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6차 핵실험 뒤 안보리 결의를 통해 ‘유류 공급 30%’ 차단에 나섰지만 이젠 전면 중단할 때라는 것이다. 둘째, 외교 봉쇄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 회원국을 향해 북한과의 외교·교역 단절을 호소했다. 동독 시절부터 북한의 유럽 거점인 독일에 대해, 미 국무부는 평양 주재 대사 철수도 요구했다.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제한 방안도 내놨다. 유엔 결의를 조롱하면서 반(反)인륜 범죄를 자행하는 북한에 대해 당연히 회원국 축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도 자격 정지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셋째, 해상 봉쇄다. 국무부는 북한 선박의 해외 운항 차단을 시사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내년 1월 6·25전쟁 파병 16개국 외교장관 회의를 밴쿠버에서 개최하기로 했는데, 이런 논의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중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 ICBM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다”면서도 “유관 각국이 신중히 행동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는 판에 박힌 반응을 내놨다. 안정 파괴자는 북한인데, 한·미·일이 자제해야 평화가 유지된다는 궤변이다. 중국이 평화와 안정을 입에 담으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대북 전면 봉쇄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완성 단계에 이른 북한 핵 개발을 거드는 행태와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