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을 배제하는 문재인 정부가 대안으로 삼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서도 헛발질을 거듭하면서 중장기 전력공급 등 에너지 대계(大計)에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북 영양의 양구리 풍력발전소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고, 영양군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도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며 퇴짜를 놓았다. 강원 강릉의 안인 풍력발전소 20기 발전기 건설 사업 역시 환경부 개입으로 미뤄지고 있다. 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탈원전(脫原電)-신재생 대체’ 구도가 상호 충돌하는 형국이다.

이런 뒤죽박죽은 시간문제였을 뿐 예견된 일이다. 탈원전을 기획·추진한 세력은 태양광·풍력 발전이 마치 ‘착한 에너지’인 것처럼 떠받들지만, 현실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소를 설치하려면 멀쩡한 산을 깎고 수많은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소음 공해는 물론,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풍력보다 4배의 면적이 필요한 태양광 발전도 산림 훼손과 패널 반사광 공해, 농작물 피해 등의 후유증으로 논란의 대상이다. 경북 지역에만 올들어 8월까지 태양광 발전 허가가 2238건에 이를 만큼 난개발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신재생 발전’을 둘러싼 주민-사업자-지자체-중앙정부 간 분규가 끊이지 않는다. 원전이 싫다는 환경단체들은 신재생 발전 현장에서도 반대 선봉에 서 있다.

문 정부는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고, 원전은 30%에서 18%로 낮춘다고 한다. 그러나 일조량·바람에 전적으로 기대는 신재생 발전은 결코 주력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발전 비용도 훨씬 높다. 원전의 부정적 측면만 부풀려 신재생 쪽으로 방향을 틀어놓고 무(無)대책으로 갈팡질팡하는 셈이다. 원전도 신재생도 안 된다면 전기는 어떻게 만드는가. 전기료 급등, 대정전 등 예상 못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이제라도 에너지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