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의·의결은 법안 제·개정과 함께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국회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도 예산안 국회 연설’ 이후 한 달 가까이 심의를 이어왔으며, 헌법상 처리 시한(오는 2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29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중 172개 항목, 25조 원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문 정부의 첫 작품인 내년도 예산안은 성장보다 선심성 복지에 치중했다는 점에서, 이를 시정하는 것이 국회 심의의 중요한 과제였다. 이대로 가면 올해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한에 몰려 막판에 여야 주고받기식 담합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회는 남은 며칠 동안 쟁점 항목들에 대해서라도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보전을 위한 예산이다. 공무원 증원 예산은 공무원 17만 명 증원 공약에 따른 내년도 증원 1만2221명의 인건비 5349억 원이다. 공무원 증원은 정확한 수요 조사가 선행되고, 고용주인 국민 동의를 얻어 예산을 편성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반대 논리가 더 타당하다. 자유한국당은 3000억 원, 국민의당은 3분의 1(약 1800억 원)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보전도 마찬가지다. 한국당·국민의당 모두 2조9000억 원 전액 삭감 입장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문제인데, 그것을 덮으려 혈세로 메우겠다는 발상은 더 황당하다. 아동수당 예산 1조1000억 원, 남북협력기금 1200억 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예산도 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는 중요하다. 또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합의 없이도 정부안이 이번 주말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시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예산이다. 국회는 밤을 새워서라도 잘못을 최대한 시정해야 한다. 여당이 밀어붙이면 예산안 부결도 불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국민의 뜻이고,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 또는 ‘통법부’라는 오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