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10여 년 전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다시 과거의 ‘법과대학’ 시절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법조계로 유입시키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비(非) 법학전공자의 로스쿨 입학이 줄어드는 데다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고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예비시험’으로의 이탈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법과대학원’(일본의 로스쿨) 입학자의 30% 이상을 법학부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으로 한다는 현행 기준을 철폐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로스쿨은 사회인 등 다양한 인재를 법조계로 유도해 양과 질이 모두 풍부한 법률가를 육성한다는 사법제도개혁의 이념 아래 지난 2004년 첫 신입생 모집 당시부터 비 법학전공자 비율 30% 이상이란 원칙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정작 로스쿨 인기가 시들해져 신입생의 30%를 비 법학도로 채우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준 미달의 비 법학도를 신입생으로 받다보니 사법시험 합격률까지 낮아지는 역효과가 이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비 법학도 신입생 중 로스쿨 3년 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에 그쳤고, 올해 사법시험에서 비 법학도 출신의 합격률은 약 12%에 불과했다.

비 법학도에 대한 우대가 축소되는 반면 법학부 출신의 로스쿨 학생에 대한 우대 정책이 새로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일본의 로스쿨은 비 법학전공자의 경우 ‘학부 4년 + 법과대학원 3년’ 과정을, 법학전공자의 경우 ‘법학부 4 + 법과대학원 2년’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통상 6~7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문부성은 법학부 출신들이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고 예비시험을 통해 사법시험 자격을 얻는 경우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에게 제공할 ‘법학부 3년 + 법과대학원 2년’의 5년짜리 코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