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 직후 고교마다 고3 학생들의 교과서와 참고서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그냥 쓰레기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후배들에게 재활용하도록 대물림하거나 버릴 경우 폐휴지로 처리해 그 돈으로 불우한 학생들을 도왔으면 한다. 교과서와 과목마다 2, 3권씩의 문제집, 참고서까지 합치면 해마다 학생 1인당 수십㎏은 족히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교과서 대물림이 생활화돼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교과서에는 해마다 사용했던 학생들의 이름이 순서대로 적혀 있고 낙서도 거의 없이 깨끗하다고 한다. 내년에 다른 학생이 또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깨끗이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학교가 독특한 점은 학생들이 책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겉표지를 비닐로 싸게 돼 있으며 책장은 접지 못하고 훼손하면 벌금을 물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을 5년씩도 쓴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버린 책과 참고서 중에 문제를 한 번도 풀지 않은 것도 수두룩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를 그냥 쓰레기통에 한꺼번에 버리니 얼마나 자원낭비인지 모른다. 그 책들을 발행하기 위해 엄청난 용지와 인쇄비를 들이지 않는가. 그런데 재활용 방안을 찾지 않고 바로 폐기한다니 너무나 아깝다. 우리도 자원낭비를 막고 학부모들의 교재비 부담도 덜 수 있도록 프랑스의 대물림 방식을 적극 참고했으면 좋겠다.

우도형·서울 강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