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cosmos 그대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그대 있어 떠오르는 태양 속으로 하나 되어 가고 있구나.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2017년도 국내 남녀골프투어가 모두 끝이 났다. 자랑스러운 성적을 받아든 선수도 있고, 아쉽고 후회로 점철되는 기억을 떠올리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항상 행복하고 좋은 일만 있다면 우린 인생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흐렸다가 맑았다가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골프 역시 인생과 비유하는 것이 잘됐다가 안 됐다를 수없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A 기업의 소속골프선수 관리 담당자와 차를 마시다가 질문을 받았다. “B 선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말의 속내는 사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내년 계약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B는 국내여자투어에 혜성처럼 나타나 국내 투어 우승은 물론 미국 대회까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 무대에 과감하게 도전했고 높은 벽을 실감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투어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올해 성적이 기대 이하여서 계약사에서는 당연히 재계약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보였다.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잘하는 선수와 계약은 당연한 것이지만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기업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캘러웨이골프는 암투병 중이던 폴 에이징어와 알코올의존자 존 댈리와 계약을 한 적이 있다. 남들은 다 비웃었지만 캘러웨이 측은 이 역시 기업이 해야 할 일라고 해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지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야구선수 박병호는 LG에서 방출 당하는 서러움을 겪었을 때 넥센이 손을 내밀어 기회를 줬다. 넥센 조태룡 전 단장은 박병호에게 야구배트를 내밀어 미리 사인을 받았다. 1년 후 넥센의 중심타자, 최고의 선수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힘을 주었다. 그 어떤 영광 뒤에는 무수한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게리 플레이어는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여러 차례 패하는 것이 골프”라고 했다.

B 선수는 이제 겨우 1년 실패한 것이다. 그에겐 아직 10년, 20년 그 이상의 시간이 있다.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기에 노력과 절실함으로 꽃을 피울 것이라고 믿는다.

최소한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은 골프에 있어 멀리건과 같을 것이다. 충분히 힘들었고, 많이 좌절했기에 분명 기회를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역시 기업이 해야 일이 아닐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