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지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구속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구속영장 신청과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도 구속 수사가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었다. 그런데 적부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는 이날 ‘범죄 성립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변창훈 검사의 자살 등을 계기로 현 검찰의 ‘적폐 수사’가 너무 거칠게 진행된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종 재판 결과를 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보면 적부심 재판부 판단이 일단 법상식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V’자 표시를 ‘지시’의 중요한 물증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보고서를 보고 표시하는 관례에 비춰 보면 김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댓글 공작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정치성 댓글이 전체의 1% 정도로 하루 10여 건에 불과한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인원 확충을 지시하며 특정 지역·성향의 인물을 채용하라고 했다는 문제도 “내가 호남 출신인데 (호남을)배제했겠냐”는 김 전 장관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 검찰은 ‘적폐 리스트’에 오르면 범죄 경중이나 관여 정도를 가리지 않고 압수수색 및 인신 구속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22일 방송사인 MBC를 1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이다. 독재 시절에도 언론사 진입에는 극히 신중했다.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권력 감시 기능인데, 이를 위협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변 검사의 자녀가 등교하기 전에 집을 압수수색하고,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을 무더기 구속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 보복 또는 보복 수사로 비치고, 검찰 신뢰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