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등 한 줄도 안 다뤄

정부 對北대화 정책 ‘먹구름’
800만달러 지원 늦출지 관심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22일 오전 북한에 정전협정 위반 사항을 통보했지만 북한은 하루가 지난 23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북한군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정전협정 위반 사건까지 겹쳐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800만 달러(약 86억9800만 원) 인도적 지원 집행 등 대북 정책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유엔사는 지난 13일 JSA를 통해 북한 병사가 남한으로 귀순할 당시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이 사실을 판문점 확성기로 북한군에 전달했다. 유엔사는 유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회의를 열자고 북한에 요청했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23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서도 관련된 사항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또다시 높이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지만 북한은 정전협정 위반의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정부가 의결한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집행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공여 결정 당시 지원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 적절한 시기에 대한 논란이 주를 이뤘다”며 “여전히 적절한 집행 시기를 찾고 있는데 올해는 넘기지 않는 방향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정전협정 위반으로 인해 국내외 대북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인도적 지원 후 오히려 여론의 역풍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전협정 위반은 그 전에도 수차례 일어났던 일이고, 북한 병사가 실수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가 돌아갔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은 별개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