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지진 옥외대피소’가 표시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포은중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지진피해 포항 6098명 응시

11시35분 약한 흔들림 발생
시험 중단된 고사장은 없어

김상곤, 교육지원청서 대기
14개 고사장 돌발상황 대비

“약간의 진동만 느껴도 불안”
일부 학생 ‘트라우마’ 호소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3일 포항 시험지구 14개(포항 지역 12개) 고사장에서 6098명이 응시한 가운데 치러졌다. 2교시 시험이 치러지던 중인 오전 11시 35분 51초 규모 1.7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진원지가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지진으로 인해 시험이 중단된 고사장은 없었다.

포항시 북구 유성여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임지현(18·세명고) 양은 “수능을 앞두고 발생한 지진으로 트라우마가 심했다”며 “하지만 국민이 용기와 격려를 보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서영(18·동성고) 양은 “피해 지역인 북구에서 시험을 치르니 다소 걱정된다”면서도 “시험에 집중해 좋을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성여고 교문 밖에서는 수험생들이 입실하는 동안 핫팩을 나눠주거나 ‘수능 대박’을 기도하는 학부모와 후배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포항시 북구 두호고에서는 오전 7시쯤부터 수험생들이 속속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정모(18·포항제철고) 군은 “지진이 안 나면 좋겠지만, 혹시 지진이 나더라도 별 신경 안 쓰고 시험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일부 학생은 여진 가능성에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포항해양과학고에서 시험을 보는 재수생 박성우(19) 씨는 “지진이 일어난 뒤 수능까지 연기돼 일주일 내내 불안했다”고 했고, 포항여자전자고 앞에서 만난 재수생 오미경(여·19) 씨는 “지진이 일어난 뒤 큰 소리가 나거나 약간의 진동만 느껴도 불안했지만, 오늘은 집중력을 발휘해 시험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녀들을 고사장에 데려다준 학부모들도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고사장 밖을 서성거렸다. 장효정(여·45) 씨는 “아들이 바뀐 시험장에 당황하지 말고 평소대로만 했으면 좋겠다”며 “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다 털고 잘했으면 한다”고 초조한 마음을 드러냈다. 응원 나온 교사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포항영신고 3학년 영어 교사 김형수(51) 씨는 “지난 일주일간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헤맸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포항교육지원청에 상주하며 혹시 모를 지진 발생에 대비했다. 김 부총리는 수능 1교시가 시작된 직후 포항교육청 4층에 마련된 상황실에 들러 포항 및 전국의 모든 고사장에서 시험이 무사히 치러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김 부총리는 “8시 40분에 경상북도 수능 시험장에서는 모두 차질없이 시험이 시작됐다”며 “마지막까지 무사히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곳은 지진으로 피해가 비교적 심각한 4개 고사장이 바뀌면서 이동 시간을 고려해 집에서 일찍 나온 수험생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남구의 포항포은중에 입실 시간(8시 10분) 1시간 전에 도착한 김자경(18·포항중앙고) 군은 “시험장이 집에서 한참 먼 곳으로 바뀌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준비해 나왔다”며 “시험일과 시험장이 모두 바뀌어 긴장되지만 평소 실력을 발휘하려고 마음을 다잡아왔다”고 밝혔다. 오천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김용훈(18·포항중앙고) 군은 “원래 고사장보다 멀어져서 부모님께서 데려다주셨다”며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떨리지만, 시험 잘 치고 꼭 좋은 대학에 합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천고에는 바뀐 고사장을 잘못 찾아왔다가 급히 경찰차를 타고 이동한 학생도 있었다. 입실 시간이 10분 정도 지나 택시를 타고 오천고에 온 남학생은 학교 안으로 급히 뛰어갔지만, 자신의 고사장이 포항포은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경찰차를 타고 이동했다.

포항 = 윤명진·이희권·조재연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