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21일 강행함으로써 정부 출범 195일 만에 내각 인선을 겨우 마무리했다. 역대 최장 기록(174일)인 김대중 정부 때보다도 21일이나 더 걸렸다. 지금 여당이 야당 시절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고·소·영’ ‘수첩 인사’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문 정부 인사는 더 심하다. 인사 내용을 보면 4명이 중도에 낙마했고 홍 장관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5명이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했다. 6명은 ‘부적격’ 의견이 첨부됐지만 임명된 경우다. 전체 후보자 중 53%만 국회의 적격 의견에 따라 임명됐을 뿐이다.

더 놀라운 건, 문 대통령이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고 한 발언이다. 곧바로 ‘그런 가설이 있다’도 덧붙였지만 국회 모독으로까지 비칠 놀라운 인식이다. 국회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장관은 무능하다는 말인가. 정치 불신이 심각하고 국회의 무능과 비효율도 도를 넘고 있지만, 그래도 국회는 엄연히 헌법상 국민을 대표하는 최고의 대의(代議) 기구다. 문 대통령의 인식대로라면 국회를 없애는 게 나을지 모른다. 헌법 규정에 따른 민주주의 절차가 번거롭더라도, 여론조사상 국정 지지율이 70%대로 나오더라도,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그런 일방적 발언을 해선 안 된다. 홍 장관의 부적격 사유는 너무 많아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요인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홍 장관 임명 강행을 놓고 드러난 문 대통령의 인식은 국민과 국회 입장에서 오만하고 위험하게 보인다.

게다가 그런 가설도 오류다. 청문 보고서 불채택에도 임명이 강행된 강경화 장관의 경우,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 ‘3불(不)’ 논란을 키웠고, 전략핵과 전술핵의 차이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한 방송에 출연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데도 동조했다. 송 국방장관은 전술핵 문제로 혼선을 빚더니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와 낯뜨거운 비난전을 벌이기도 했다. 인구 5200만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민주주의를 더 선호하면 국정 시스템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