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직권남용 공범’ 적시

검찰이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을 22일 기소하는 가운데, 공직자·민간인 사찰 ‘비선보고’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를 공소장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당사자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될 전망이다. 검찰의 칼끝이 우 전 수석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수차례 법망을 피해간 우 전 수석이 이번만큼은 검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추 전 국장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에서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을 작성하고 이들을 방송에서 퇴출하는 등 각종 공작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포함해 공직자와 민간인 등을 불법사찰, 우 전 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추 전 국장은 비선 보고 혐의가 추가돼 구속됐다.

사찰을 보고한 추 전 국장이 기소됨에 따라 동향 파악을 지시하고 이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우 전 수석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자신의 ‘비선’인 추 전 국장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조직위원장 등의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전 특별감찰관은 당시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과 우 전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을 감찰 중이었다. 검찰은 사정기관을 총괄했던 우 전 수석이 본인을 조사 중인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찰을 국가기관인 국정원에 직접 지시했다면 우 전 수석의 기존 혐의와 결을 달리한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소환)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이번 주 소환은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