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일때 교섭권 보장
단일노조였다면 해당 안돼”

단일노조만 있던 회사가 새로운 노조를 교섭대표로 인정하고 단체협상(단협)을 벌이기로 했다면, 기존 노조가 이전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더라도 단협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에는 법에 따라 교섭대표노조의 대표성이 2년간 보장되지만 단일노조였던 곳은 이 같은 지위를 누릴 수 없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K 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동안 노동계는 “단일·복수노조 구분 없이 기존 노조의 지위를 최소 2년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이 이에 제동을 건 판결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K 사의 기존 노조는 사 측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노조 이외의 다른 노조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다른 노조의 의사를 반영할 여지가 없어 교섭대표노조의 개념이 무의미하다”며 “단일노조는 설령 노조법이 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더라도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K 사는 지난 2013년 3월 회사 내 유일한 노조였던 금속노조 산하 사내하청분회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2013년 12월 사내에 ‘K노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다. 다음 해 단체협약에서 사내하청분회와 K노동조합이 잇달아 교섭을 요구했고 K 사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가 노조원으로 활동하는 K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조로 선정해 교섭에 들어갔다. 사내하청분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회사가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중앙노동위는 2014년 10월 사내하청분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회사가 제기한 소송의 결과는 달랐다. 1심과 2심은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 기간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한 노조가 하나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고 여러 개인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노동조합법 시행령상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2년간 유지해 주도록 한 규정은 단일노조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