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퇴진 최후통첩 무시
내일 표결… 직무 정지 가능성

짐바브웨 정치권이 사퇴 의사를 끝내 거부한 아프리카의 37년 장기집권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의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20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지지기반이었던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이 제시한 최후통첩 기한인 이날 정오가 지나서도 공식적으로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아 집권당 주도의 탄핵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 ZANU-PF는 이날 오후 비상회의를 열고 탄핵 절차에 관한 논의에 착수했다. 폴 망과나 ZANU-PF 부사무총장은 “(탄핵의) 주요 사유는 그가 부인 그레이스에게 통치 권한이 없음에도 헌법이 부여한 권력을 찬탈하도록 허용한 것”이라며 “그레이스는 각종 집회에서 공무원과 부통령을 모욕하고 군부를 헐뜯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도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41세 연하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는 부부 세습을 시도해 군부의 쿠데타를 불러일으켰다.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21일쯤 시작될 전망이다. 짐바브웨 상·하원 양원이 위원회를 구성해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짐바브웨 헌법이 규정하는 대통령 탄핵 사유는 △심각한 위법행위나 직무 집행 과정의 헌법·법률 위반 △헌법의 시행·수호 거부 △직무수행 불능 상태 등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양원에서 표결에 부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다. 망과나 부사무총장은 “탄핵 사유가 너무도 명백한 만큼 22일 의회에서 표결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집권당 내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해 탄핵 표결 이후 바로 직무가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이뤄지면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펠레케젤라 음포코 제2부통령이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