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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으로 전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미뤘고 포항 일대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포항에서 가까운 경주에서 ‘골프 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주관하는 2017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가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 골프장에서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다. 미국을 주름잡는 한국 국적의 LPGA 선수 13명과 국내파 13명의 대항전이다. 순위를 다투는 정규 투어는 아니다. 총상금 10억 원을 놓고 이기면 6억5000만 원, 져도 3억5000만 원을 나눠 갖는 돈잔치다. 시즌을 마친 선수들을 불러모아 만든 방송사 중계를 위한 이벤트다.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가 열리는 골프장은 포항 지진 진앙지와 30여㎞ 떨어졌고, 포항시 경계에서 불과 10㎞ 거리다. 수천 명이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워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우는데, 한쪽에서는 수천 명의 갤러리가 모이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올해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가 열리는 경주 역시 지난해 대형 지진이 발생했던 곳이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4주 동안이나 골프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구마모토현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인근에서 예정된 일본여자골프(JLPGA)투어 정규대회를 취소했다. 물론 국민 정서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와 달리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는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진 발생 사흘째이지만, KLPGA와 후원사인 ING생명, 방송사인 MBC 등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주최 측이 중단 등을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홍보 광고를 버젓이 내보내고 있고, 홈페이지에서는 티켓이 판매되고 있다.

이미 예정된 행사이기에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재앙이란 변수가 생긴 만큼 강행보다는 중단이나 연기 등을 고려하고 검토하는 게 더 바람직스럽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명식 체육부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