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지진에 대한 국민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내륙의 지하 9㎞에서 15일 오후 2시29분에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불과 14개월 만에 또 일어난 강진(强震)으로, 서울·제주도·울릉도 등 전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규모 5.8이었던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시작된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2번째 규모이면서, 규모 7에 이르는 초강진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개연성의 예고라고도 한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지 않은 피해도 복구를 서둘러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실효성 있는 전방위(全方位) 대책이 필요한 현실이다.

철저한 대책의 중요성은 안전성이 거듭 확인된 원자력발전소가 새삼 일깨워준다. 진앙에서 45㎞ 거리의 월성 원전을 비롯해,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원전 24기 중 23기의 내진(耐震) 설계 기준은 규모 6.5다. 최근 건설된 신고리 3호기와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엔 규모 7.0이 적용됐다. 신고리 5·6호기는 규모 7.4에 맞춰 보강 공사 중이다. 모두 이번 강진도 거뜬하게 넘긴 이유다. 대표적으로 심각한 것은 학교 시설이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건물의 내진율은 25.3%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의 보강 계획도 실현이 요원하다. 2034년에야 100%에 이른다. 불요불급한 포퓰리즘 예산을 내진 설계 보강 용도로 돌려서라도 앞당겨야 한다.

내진 설계 대상을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에서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 건물로 연내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의 차질없는 실행, 전 국민의 대피 요령 숙지 등도 절실하다. 지진을 막을 순 없다. 그러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재앙이 닥치기 전에 실질 대책이 실천돼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