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갈림길’ 박근혜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남재준 전 원장이 16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前국정원장 3명 영장심사
구속여부따라 수사 기로에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세 사람이 16일 잇달아 구속영장심사를 받았다. 청와대에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어도 17일 오전 중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제공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사건의 실체”라고 말했다. 야권과 보수 진영에서는 국가 안보를 책임졌던 이들을 줄줄이 구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9분쯤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맡은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남 전 원장), 오후 2시(이병호 전 원장), 오후 3시(이병기 전 원장) 연이어 열렸다. 이들은 국정원장 재직 때 국정원 특활비를 정기적으로 상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국고손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전 원장 때 ‘상납’이 시작돼 이병기 전 원장 때 상납액이 월 5000만 원에서 월 1억 원으로 두 배로 늘었고, 재직 기간이 가장 긴 이병호 전 원장의 ‘상납액’이 가장 많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의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 조사를 거친 뒤 돈의 최종 귀착지로 여겨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방문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안보를 위해서만 쓰여야 할 특수공작비가 최고위급 공무원들에게서 사적 용도로 사용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대단히 중하다고 본다”며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제공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도주의 우려가 없는 전 정권의 국정원장을 관행을 무시한 채 무작정 감옥에 넣는 것은 국익과 안보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일각에서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전직 국정원장들이 감옥에 들어가고 국정원이 무력화되면 박수를 치고 좋아할 사람은 김정은뿐이고, 이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