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조사위원 6명중 5명이
인권법연구회·법관회의 소속
“내용 상관없이 편파성 논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이 ‘사법부 블랙리스트’(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건) 의혹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조사위 위원 6명 중 5명이 이번 의혹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으로 구성되면서 16일 ‘편향성’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일부 판사 사이에서는 “법원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중기(58·사법연수원 14기) 위원장(서울고법 부장판사)이 전날 공개한 조사 위원 6명에는 지난 3∼4월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1차 조사를 했던 성지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안희길 서울남부지법 판사, 구태회 사법연수원 교수 등 3명이 포함됐다. 법관회의 측에서는 블랙리스트 현안조사소위 위원장인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 위원인 최은주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가 참여했다. 블랙리스트 조사위원은 아니지만, 법관회의에 속한 김형률 서울중앙지법 판사도 가세했다.

외형상으로는 진상조사위와 법관회의 측 위원을 3명씩 동수로 참여시켜 균형을 맞췄으나 내용을 보면 편파성 논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위원 중 성지용 부장판사, 최한돈 부장판사, 최은주 부장판사, 안희길 판사 등 4명은 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또 김형률 판사는 법관회의 간사를 맡고 있다. 구태회 연수원 교수를 제외한 5명이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주장해 온 인권법연구회나 법관회의 소속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번 사태를 주도한 이들이 조사를 직접 맡는다면, 조사 내용과 상관없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편파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위원들은 다음 주부터 사법연수원으로 출근해 조사를 시작한다. 이들은 앞선 진상조사위가 열어보지 못한 ‘블랙리스트’가 저장돼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법원행정처 컴퓨터 분석에 우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원 안팎에서는 조사위가 외부 기관에 의뢰하는 방식 등으로 이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컴퓨터에 남아 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일)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손기은·정철순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