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모르는 얘기” 수사 부인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16일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현직 의원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일제히 부인했다. 일단 의혹 자체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양상이지만, 여야는 실제 국정원이 정보위원들에게 관행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제공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여야 의원 5명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국민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서 원장이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 언론은 국정원이 2015~2016년 여야 의원 5명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회당 수백만 원씩 특수활동비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검찰도 현재로서는 관련 수사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 전직 국정원장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새로운 혐의를 추가로 들여다보기 어렵다”며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와 국회의원에게 건네진 특수활동비를 바로 연결짓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 원장이 검찰 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경위와 돈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여야는 실제 국정원이 정보위원들에게 ‘떡값’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건네는 관행이 20대 국회에까지 남아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이나 언론의 전화를 받지 않고 침묵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전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모종의 기획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 정보위원은 “국정원과 검찰이 여야 현역의원의 손발을 묶어 놓기 위한 ‘물타기’를 하고 있단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김선동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문제는 정치 보복성 수사”라며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실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희·민병기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