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청년실업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되레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10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 체감실업률(21.7%)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악이다.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어놓고 일자리 수석비서관까지 신설한 문 정부의 고용 의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악화일로(惡化一路) 청년실업에 대해 문 정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출범한 지 반년밖에 안 돼 정책 효과가 나오기엔 아직 이르다거나 인구 구조상 일자리 숫자에 비해 구직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업자득인 측면은 없는지 반성해볼 때도 됐다. 그동안 ‘반(反)고용’ 정책을 숱하게 쏟아냈기 때문이다. 과속(過速) 최저임금 인상이 단적인 경우다.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급격히 불어난 임금 비용을 견디지 못해 사업을 아예 접거나 신규 직원 채용을 포기하고 있는 현실이 그 근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폭 확대 등도 고용주의 입장에선 신규 채용을 꺼리게 하는 대표적인 고용 악책(惡策)이다.

문 정부는 차제에 일자리정책의 ‘기본’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누가 뭐래도 기업이 만든다. 대기업이 밉다고 이 진리를 외면하려 해선 안 된다. 기업이 마음껏 뛰어야 성장도 하고, 일자리도 는다. 그러려면 규제 개혁과 함께 구조, 특히 노동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경제가 회복세인 지금이 구조개혁 적기’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14일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은 우리에게 단순한 충고를 넘어 준엄한 경고(警告)다. ‘노동정책의 근간으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노동시장의 안정성에만 방점을 둔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으니 갑갑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