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부장판사 위원장으로
“법관회의측 위원회 참여 고려
법원행정처 컴퓨터 조사 핵심”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문건) 의혹 추가조사위원장에 전국법관대표회의 핵심 구성원인 민중기(58·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 것과 관련, ‘편향된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판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계속 요구해 온 법관회의 소속이자,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14일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사실상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를 한 ‘당사자’ 집단에 조사 전권을 내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위원회가 향후 어떤 조사 결과를 내놓든 공정성,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를 요구한 당사자인 법관회의에 조사를 맡긴 것”이라며 “조사위가 편견을 갖고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사 결과 이후에도 또 한 번 편향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법관회의 소속 법관에게 위원장을 맡겨 시작부터 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민 부장판사는 “추가조사를 요구한 법관회의 측과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법관들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추가조사를) 오래 끌면 곤란하다는 생각이고, 조사 효율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법원행정처의 컴퓨터를 열어보는 것과 관련해서는 “컴퓨터 조사가 추가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며 “당사자(컴퓨터를 사용한 심의관) 인권 침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그러면서도 사실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올해 초 법원행정처 간부에게서 진보성향의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 세미나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모 판사가 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받으면서 “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한 달간 조사를 벌인 법원 진상조사위는 4월 블랙리스트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이후 새로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지난 3일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결정을 내렸고 13일 조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손기은·정철순·김리안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