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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를 펼치면 처음 만나는 구절이다. 오랜 세월 한·중·일의 많은 유학자가 논어의 핵심은 바로 이 첫 구절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논어를 우주 제일의 책이라고 극찬했던 17세기 일본의 이토 진사이(伊藤仁齋)는 이 ‘학’자에 천지의 도, 백성의 기준, 만세의 태평이 두루 갖춰져 있으며, 이 장 자체가 하나의 작은 논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 또한 논어에서 딱 한 구절만 고르라면 이 구절을 택하고 싶다.

논어에는 학이 65번이나 나오는데, 일차적으로는 지식 습득을 가리키지만, 인격 도야를 가리키는 경우도 많다.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집을 추구하지 않고 일에 민첩하되 말에 신중한 것이나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두 번 허물을 범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학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에 대한 기쁨이다. 무엇이든 기뻐하며 배울 때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그 기쁨 덕분에 공자는 늙는 줄도 모르고 학에 몰입할 수 있었고,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며칠 후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많은 학생이 얼마나 긴 시간 학교와 학원을 번갈아 다니며 학습에 매진해왔을까. 그러나 지금은 대학도 심오한 진리의 전당이 아니라, 대부분 취업을 위한 관문일 뿐이다. 게다가 대학으로도 충분치 않아 다시 여러 학원을 다녀야 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피동적으로 학에 끌려다녀야 하니 도대체 학의 기쁨을 느낄 틈이 없다. 게다가 학의 내용도 그저 지식 습득이나 기술 연마에 치우쳐 인성과 교양은 돌볼 여력이 없다. 교육제도와 사회 환경이 나아져서 온전한 학을 추구하고 진정한 학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명대 교수